▲7일 오후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김미화씨 발언에 대한 KBS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대현 KBS 부사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이주연
사실 문제를 키운 것은 KBS입니다. 김미화씨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6일, KBS는
<뉴스9>에서 KBS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보도를 내보낸 것으로도 모자라, 이튿날 조대현 부사장이 '보도자료 낭독' 기자회견을 열었죠. 사실이 아니면 아니라고 확인하고 해명하면 될 것을, 이명박 정부와 똑닮은 고소 운운하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6일 이후 홍보실 명의로 낸 보도자료만 무려 6건입니다. 이 중에서는 김미화씨 고소 외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한 진중권씨와 유창선씨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면서 또다른 협박을 하고 나섰죠. 진중권씨가 발끈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KBS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진중권씨에 대해서는 2009년 1월 1일 프로그램이 '노후화'된 <TV 책을 말하다> 최종회 때 종영을 알리는 자막과 영상을 방영했고, 또 KBS 1라디오에서 하차된 유창선씨에 관해서는 아이템, 출연자 중복, 프로그램 공정성에 따른 출연진 교체였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이어 도둑이 제발 저렸는지, 잠자코 있는 전 심야토론 진행자 정관용씨에 대해서도 '제작비 절감', '내부 진행자 발굴 차원'이라는, 김제동씨 하차 때 들려왔던 철지난 변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중계식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보수언론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연예 매체야 속보 속성상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다 해도, 기존 언론들이 KBS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실어주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KBS 홍보실이 심의실 명의로 "<다큐멘터리 3일>에서 김미화씨 내레이션의 호흡과 발음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면서 띄어 읽기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부자연스러웠다"는 이례적인 해명 보도자료를 낸 것이 이해가 갈 정도지요.
<조선일보>는 8일자 'KBS-김미화 '블랙리스트' 논란, 법정서 眞僞 가려라'라는 사설을 통해, 김미화씨가 현 정부를 종종 비판해 왔다고 단정 짓더군요. 또 개그맨 심현섭씨는 과거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로 KBS에서 영구추방됐다며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KBS와 현정부에 조언하고 있고요. 네,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김제동씨 사건이 있으니 무조건적으로 KBS 편을 들 수는 없었나 봅니다.
<중앙일보>는 한술 더 떠 7일자에 "한마디가 일파만파 … 트위터는 '사이버 대자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실공방을 묻는 척하며 김미화씨가 사적인 글을 올린 트위터의 한 측면인 소셜미디어 기능 자체를 부정하고 있더군요. 트위터를 정치·사회 이슈와 결부된 '사이버 대자보'로 규정하고서는, 국민대 이창현(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트위터는 사실상 매스미디어"라고 경계하면서요.
물론 이들 신문에서 KBS 엄경철 본부장의 발언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김미화씨 발언을 천안함 유언비어에 빗댄 고흥길 정책위원장의 발언은 여지없이 실렸더군요.
한나라당 지지 퇴출 연예인, 진짜 있습니까그런데 종종 '피해자'로 거론되는 심현섭씨는 정말 참여정부의 입김으로 KBS에서 영구추방 당한 걸까요? 심현섭씨는 지난 2007년 한 케이블 방송 토크쇼에 출연, 당시 대우도 좋지 않고 편한 생활에 익숙하던 차에 주저 없이 <개그콘서트>를 관둔 후 SBS로 이적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후 2004년 KBS의 <폭소클럽>에 출연, 대선 후보 지지 문제로 설전을 벌인 바 있는 가수 윤도현씨를 비하하는 개그를 선보인 전례도 있다지요.
오히려 몇몇 연예인을 '정치적'으로 만드는 것은 현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KBS 운영진입니다. 심심하면 참여정부를 들먹이며 한나라당 캠프를 도운 연예인들이 핍박 받았다고 주장하는 보수언론도 마찬가지지요.
저는 가수 김흥국씨가 참여정부 시절 KBS 출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축구' 대표 연예인인 그는 정몽준 의원의 후광을 등에 업고 18대 총선에서 출마설이 나돌지 않았었나요? 아, 그러고 보니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덕화씨는 가장 관선적인 영화제라는 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었지요. 아차차, 너무나도 명백해서인지 유인촌 문화부장관을 잊을 뻔했네요.
이효리·엠씨몽도 나오는데... 왜 김미화는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