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입구.이 유명한 동물원은 아침부터 동물원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룬다.
노시경
기다리면서 둘러보니 우리 가족은 동물원에 빨리 도착한 그룹 속에 속해 있었다. 우리 뒤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더해지면서 줄은 이리저리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고 소란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었다. 신영이는 가방에 넣어온 책을 빼서 읽었고 나와 아내는 줄에 서서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뒤로는 일본인 노부부가 다정하게 서 있었다.
"일본은 관광지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참 많이 보여. 일본의 동물원은 어린이들만 즐기러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아.""일본은 노인 인구가 워낙 많아서 그럴 거야. 그리고 이 동물원이 워낙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일본의 남녀노소가 오는 것 같아. 황혼의 부부가 손을 잡고 동물원 구경 오는 것이 참 보기가 좋네. 우리도 노후에는 이렇게 손잡고 여행 다녀야지?" 우리 앞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서 있었다. 그들은 동물원 구경 후 공항으로 가려는지 각자의 여행 가방을 끌고 있었다. 자기의 여행가방을 잡고 서 있는 어린이들이 반듯해 보였다.
"신영아! 쟤 좀 봐, 쟤는 저렇게 어린데도 자기 짐은 자기가 끌고 다니잖아. 일본 애들은 어려서부터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기는 교육을 참 잘 시키는 것 같아."바리케이드 시멘트 난간에 앉아 책을 읽던 신영이가 엄마에게 괜히 꾸지람을 들었다. 드디어 익히 들어왔던 유명한 동물원 안으로 들어섰다. 1967년에 생긴 동물원이니 나와 나이가 비슷한 동물원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내가 사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대공원보다는 크지 않은 동물원. 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줄을 세우며 동물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약간의 의문을 가지며 동물원 입구의 홍학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차분하고 얌전하기로 소문난 일본 사람들이 입구를 통과해 동물원 안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홍학관 안으로 들어선 나는 많은 사람들이 뛰는 방향으로 같이 뛰어갈까 하다가 참았다.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아침부터 뛰어다니기는 싫었다. 정보를 잘 모르는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여행의 진리를 이곳에서는 잠시 접었다.
홍학관의 홍학은 서울대공원에서 보던 홍학과 별 다른 게 없었다. 단지 홍학과 백조가 마치 마당에 풀어놓은 닭과 같이 동물원 마당을 활보하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홍학의 핑크빛 몸체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큰 새와 사람의 거리가 사라진 곳에서 사람들은 새의 습성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 최북단의 작은 도시라는 최악의 지리적 조건을 극복한 유명한 동물원이다. 동물원 사육사들의 수십 년에 걸친 토론과 공부, 노력은 시민들의 입소문과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결국 이곳은 일본 최고의 동물원이 되었다. 상하좌우에서 동물의 행동을 골고루 관찰할 수 있게 만든 사고의 전환을 통해서 이 동물원은 경영혁신 사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도쿄의 우에노(上野) 동물원을 제치고 일본 내 관광객 1위의 동물원이 된 것은 펭귄관, 바다표범관, 백곰관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3대 동물관은 동물원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가던 곳은 바로 바다표범관과 백곰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