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설명이 필요없어, 그냥 쓱쓱

무더위, 꽁보리밥과 칼국수가 해결한다

등록 2010.07.07 15:49수정 2010.07.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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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꽁보리밥.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팍팍 비벼 먹으면 여름철 별미로 그만이지요. 무더위 해결사 노릇도 한답니다.
추억의 꽁보리밥.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팍팍 비벼 먹으면 여름철 별미로 그만이지요. 무더위 해결사 노릇도 한답니다. 조종안

"꼬꼬댁 꼬~꼭 먼동이 튼다, 복남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앉아 꽁당 보리밥, 꿀보다도 더 맛좋은 꽁당 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서수남, 하청일 콤비가 불렀고, 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노래이지요. 단체로 등산갈 때 버스에서도 부르고, 야유회 오락시간에 많이 불렀지요. 혼식을 장려하던 유신정권의 권유로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보리밥에 대해 얘기하려니까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데요. 샘가 화단 옆에 놓인 확독에서 손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가면서 보리 갈던 추억이지요. 놀기에 바쁜 여름방학 때나 주말에도 누님들이 보리 좀 갈아달라고 부탁하면 마다하지 않았거든요. 힘은 좀 들지만, 칭찬도 받고 가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입니다.

보리밥은 물에 담가놓았던 보리를 자연석을 움푹 파서 만든 확독에 넣고 우툴두툴하게 생긴 둥근 돌로 가는 일부터 시작했는데요. 한참 갈면 하얀 뜨물이 나오면서 까칠까칠했던 보리가 보드라워집니다. 

보리가 보드라워지면 가마솥에 삶아서 둥근 대소쿠리에 담아 부엌 천정에 메달아 놓은 줄에 걸고 삼배로 덮어놓았다가 밥을 해먹었는데요. 공기가 잘 통해서 상하지 않고, 파리 같은 해충들의 접근을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보리밥을 무척 싫어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누님들은 밥하는 기술이 탁월했던 모양입니다. 보리를 바닥에 깔고 밥을 하면 모두 누룽지가 되어버려 보리가 잘 보이지 않았고, 싫어하는 보리냄새도 나지 않았거든요.


성인이 되어서도 보리밥을 싫어했는데요. 중년을 넘기니까 추억의 맛으로 변해서 그런지 가끔 생각이 나더군요. 해서 입맛이 없고 기력이 떨어지는 무더운 날에는 보리밥을 좋아하는 아내와 사 먹으러 갑니다.   

꽁보리 비빔밥과 바지락 칼국수


 서비스로 나온 꽁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듬뿍 집어넣고 고추장을 뿌리니까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갔는데요. 한 폭의 수채화 같았습니다.
서비스로 나온 꽁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듬뿍 집어넣고 고추장을 뿌리니까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갔는데요. 한 폭의 수채화 같았습니다. 조종안

 서비스로 나온 꽁보리밥과 열무김치를 고추장에 비벼 먹는 순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직접 드셔 보면 맛을 알게 되니까요.
서비스로 나온 꽁보리밥과 열무김치를 고추장에 비벼 먹는 순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직접 드셔 보면 맛을 알게 되니까요. 조종안

금강하구둑 넘어 장항에 해물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경복궁해물칼국수)이 있는데요. 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니까 열무김치와 꽁보리밥 두 공기가 먼저 나오더군요. 물론 서비스이지요. 여름철 별미로 그만이라는 생각입니다.  

꽁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듬뿍 집어넣고 양념 고추장에 비벼 먹는 순간부터 기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는데요. 뜨거우면서도 속이 시원해지는 바지락칼국수를 곁들이면 글자 그대로 금상첨화이지요. 실제 먹어보니까 맛도 좋았지만,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무더위 해결사 같았습니다.

 상단 좌측에서 시계방향으로 바지락칼국수를 끓이는 순서인데요. 역시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흐무지더라는 말은 해야겠네요.
상단 좌측에서 시계방향으로 바지락칼국수를 끓이는 순서인데요. 역시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흐무지더라는 말은 해야겠네요. 조종안

육수와 면발이 따로 나와 가스 불에 직접 끓여 먹으니까 일류 주방장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새우와 호박, 바지락이 들어간 육수가 팔팔 끓을 때 칼국수 면발을 한꺼번에 넣고 휘저어주면서 다시 끓입니다.

한번 끓었던 육수라서 먹기까지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데요. 국물이 구수하면서 속까지 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지락이 듬뿍 들어가 시원한 맛을 더해주지요. 개운한 국물과 졸깃한 면발의 어울림도 좋고요. 매운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먹다가 중간에 고추장을 육수에 풀어먹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칼칼해진 국물에서 또 다른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반찬으로 나온 겉절이. 고소하고 개운한 맛이 싱싱한 배추를 젓국에 버무린 것 같았습니다.
반찬으로 나온 겉절이. 고소하고 개운한 맛이 싱싱한 배추를 젓국에 버무린 것 같았습니다. 조종안

반찬은 겉절이 한 가지만 나오는데요. 방금 버무려 내온 것이어서 겉절이의 포인트인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아삭아삭 씹힐 때 느끼는 고소하고 상큼한 맛도 일품이더군요.  

날이 무더워지면 누구나 기운이 떨어지고 입이 텁텁해지면서 풋풋한 음식이 생각나게 마련인데요. 신선한 배추로 금방 버무린 겉절이는 입맛을 당기는 촉진제 역할을 해주지요. 꽁보리밥과 바지락칼국수에 감칠맛 나는 겉절이 하나면 됐지 무슨 진수성찬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는 국내 양식 바지락만 사용합니다"

간판은 '해물칼국수'이지만, 바지락칼국수가 더 시원하고 맛깔스럽더군요. 주인 이석우(53)씨는 갯벌의 고장 서천군 마서면에서 5대째 살았다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바지락 맛만큼은 어디보다 뛰어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대접에 떠놓은 바지락칼국수. 양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요. 중화(중간새우)와 호박이 많이 들어가 시원한 맛이 더한 것 같았습니다.
대접에 떠놓은 바지락칼국수. 양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요. 중화(중간새우)와 호박이 많이 들어가 시원한 맛이 더한 것 같았습니다. 조종안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모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식당 주인은 공부 때문에 일주일에 절반은 가게를 비울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던 일도 마무리할 나이에 공부라니 세상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서 부러웠습니다. 

식당 주인은 15년 전에 사업자 등록을 내고 개업한 칼국수 전문식당 운영에 자부심이 대단했는데요. 식당 소개 좀 해야겠다고 했더니 하루에 300명이 한계라며 손님이 너무 많은 것도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사용할 재료를 준비해두는데 손님이 너무 많으면 칼국수 맛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삶의 질까지 떨어진다며 고충을 털어놓더군요. 

하루에 소비하는 바지락 양이 무척 많을 터인데 혹시 수입한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며 장어와 갯벌로 유명한 전북 고창 심원에 있는 양식장에서 그날그날 가져다 사용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기관에서 수시로 점검이 나오니까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산을 사용할 수 없다더군요.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는 바지락 칼국수 냄비. 아내는 배불리 먹고도 아쉬운지 바지락을 찾더군요.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는 바지락 칼국수 냄비. 아내는 배불리 먹고도 아쉬운지 바지락을 찾더군요. 조종안

 
옛날에도 칼국수는 금강 하류 갯벌에 지천으로 깔렸던 아사리나 바지락을 넣고 끓여 먹었습니다. 그냥 삶아 먹으며 허기를 달래기도 했는데요. 길가 여기저기에 버린 껍데기가 길을 덮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만두도 직접 만들어 팔았는데요. 만두소를 만들 고기만 정육점에서 사고 나머지는 모두 집에서 만든다고 했습니다. 옆자리 손님들이 주문해서 먹는 만두를 보니까 먹음직스러웠는데요. 배가 워낙 불러서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꽁보리밥 #바지락칼국수 #겉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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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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