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꽁보리밥.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팍팍 비벼 먹으면 여름철 별미로 그만이지요. 무더위 해결사 노릇도 한답니다.
조종안
"꼬꼬댁 꼬~꼭 먼동이 튼다, 복남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앉아 꽁당 보리밥, 꿀보다도 더 맛좋은 꽁당 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서수남, 하청일 콤비가 불렀고, 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노래이지요. 단체로 등산갈 때 버스에서도 부르고, 야유회 오락시간에 많이 불렀지요. 혼식을 장려하던 유신정권의 권유로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보리밥에 대해 얘기하려니까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데요. 샘가 화단 옆에 놓인 확독에서 손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가면서 보리 갈던 추억이지요. 놀기에 바쁜 여름방학 때나 주말에도 누님들이 보리 좀 갈아달라고 부탁하면 마다하지 않았거든요. 힘은 좀 들지만, 칭찬도 받고 가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입니다.
보리밥은 물에 담가놓았던 보리를 자연석을 움푹 파서 만든 확독에 넣고 우툴두툴하게 생긴 둥근 돌로 가는 일부터 시작했는데요. 한참 갈면 하얀 뜨물이 나오면서 까칠까칠했던 보리가 보드라워집니다.
보리가 보드라워지면 가마솥에 삶아서 둥근 대소쿠리에 담아 부엌 천정에 메달아 놓은 줄에 걸고 삼배로 덮어놓았다가 밥을 해먹었는데요. 공기가 잘 통해서 상하지 않고, 파리 같은 해충들의 접근을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보리밥을 무척 싫어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누님들은 밥하는 기술이 탁월했던 모양입니다. 보리를 바닥에 깔고 밥을 하면 모두 누룽지가 되어버려 보리가 잘 보이지 않았고, 싫어하는 보리냄새도 나지 않았거든요.
성인이 되어서도 보리밥을 싫어했는데요. 중년을 넘기니까 추억의 맛으로 변해서 그런지 가끔 생각이 나더군요. 해서 입맛이 없고 기력이 떨어지는 무더운 날에는 보리밥을 좋아하는 아내와 사 먹으러 갑니다.
꽁보리 비빔밥과 바지락 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