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스클레이놀이 시골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트라이스클은 필리핀 도,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에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고기복
그런 그에게 큰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 어머니와의 관계였다. 레이놀의 어머니는 그리스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다. 레이놀이 열 살 때 어머니가 그리스로 출국했는데, 15세 때 한 번 만나고 그 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레이놀은 그런 엄마가 늘 그리웠다고 했다. 또한 엄마가 돈만 좋아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가 해외에서 어떤 고생을 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를 이해할 만한데도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원망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그는 귀국하기 전, 회사와 재계약을 해서 재입국비자를 받았었다. 3년만 더 일하면, 가까운 도시에 가서 조그만 가게를 차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가족과 함께 꿀맛 같은 두 달간의 휴가를 보내고, 다시 출국하려던 그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출국예정사실확인서를 갖고 있던 그의 비자가 취소됐다는 것이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비자가 취소됐다는 말을 듣고 회사에 전화를 하자, 회사에서는 고용을 희망하지만, 에이전시(브로커)가 안 된다고 했다는 말만 하고 끊어 버렸다.
"회사가 아주 좋았다. 브로커 ***가 나쁜 사람이었다. 그는 영어를 아주 잘했는데, 그가 비자 발급을 약속해 놓고 취소시켜 버렸다.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한 레이놀은 원망이 아주 큰 듯 브로커의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레이놀이 말한 브로커는 외국인력 담당 전문 인력이 없는 회사로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와 관련한 업무를 위임받아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수수료가 적은 재계약 대신 신규 인력을 도입하는 식으로 농간을 부린 것이었다.
그렇게 출국이 무산된 레이놀은 일년간 준비를 거쳐 다시 출국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당신도 이주노동을 떠났고, 또 다시 떠나려고 계획하는 것이 모순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That's our life, We need more money.(그게 우리 인생이죠, 우리는 돈이 더 필요해요)"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레이놀의 자식들 또한 레이놀과 같은 경험을 할 지 모른다. 이주의 악순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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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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