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협상 개시를 두고, 한미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와 맞바꾼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차를 마시며) 정황상 충분히 개연성은 있죠. 최근 천안함 사건 이후, 현 정권 입장에선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면서 자신들의 보수 지지층에 확실히 선물을 준 셈이 됐죠. 미국 입장에선 한미FTA에서 자동차 등 문제를 이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전작권과 한미FTA가 서로 교환되는 형태를 띤 것은 맞지 않아요?"
- 김 본부장은 이런 이야기에 대해 '황당무계하다'고 하던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황당할 수도 있겠지요. 자신 스스로 한미FTA의 미 의회 비준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꿈쩍도 안 하던 미국이었는데…. 또 이 정도의 판단(전작권과 한미FTA의 맞교환)은 통상 관련 부처가 아닌 청와대에서 하는 것이지요. 사전에 해당 부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 교수는 전작권 환수와 한미FTA의 빅딜의 진실이 알려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이와 관련한 외교문서가 있다면, 적어도 이것이 공개되려면 20년 이상은 걸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김 본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가면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하던데.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선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예요. 한미FTA를 보면, 미국이 손해볼 게 하나도 없어요. 철저하게 자신들 이익의 관점에서 이번 협상을 결정한 것이죠."
그래도 왜, 지금 이때 한미FTA 재협상 카드를 꺼냈을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지요. 의료보험 개혁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선 경제와 일자리 창출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죠. 이미 예전부터 수출증대를 통한 일자리 확대를 이야기해 왔고, 그 수단으로 FTA를 선택한 것이고…. 한미FTA는 미국에서 보면 남는 장사죠. 발효되면 매년 100억~110억 달러의 수출 증가가 있고, 게다가 서비스 영역까지 합치면 무역수지 흑자가 엄청나죠."
"미국 요구대로 자동차 분야를 고칠 거면 차라리 전면 재협상해야"
-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가 주요한 쟁점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죠. 이미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한미FTA의 자동차 분야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 행정부 입장에선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지지층인 전미자동차노조 등에 선물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텐데…."
- 어떤 부분을 강하게 요구해 올까요.
"(잠시 생각한 후) 현재 (협정문에) 3000cc급 미 자동차 시장의 2.5%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돼 있는데, 아마 이것을 어떤 식으로든 무너뜨리려고 할 거예요."
그의 말을 좀더 옮겨본다.
"지난 한미FTA 협상 때 100개 넘는 쟁점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가 미국에게서 목표 이상으로 얻어낸 것이 이 부분이에요. 당시 우리는 3000cc급 미 자동차 관세 철폐를 3~5년 이내로 잡았다가, '즉시 철폐'를 얻어내면서 미국쪽의 국내 자동차 관련 비관세 부문 요구를 다 들어줬어요."
- 그런데 당시에 이런 성과로도 실제적으로 국내 기업이 얻게 될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끄덕이며) 심지어 당시 미 무역대표부 바티야 대표가 미 의회에 가서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미국 내 현지 자동차 생산 비율이 3년 후에는 약 70%에 달할 것이다. 2.5% 관세가 사라지더라도, 한국의 기대이익이 100이라면 70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솔직히 현대-기아자동차도 한미FTA를 통해 별다른 기대를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미국쪽에선 여전히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이 높다고 하는데요.
"한미FTA 협정문을 보면, 이미 미국의 요구가 다 들어가 있어요. 자동차 세금 매기는 것도 이번에 배기량 기준으로 바꿔놓았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면 조세주권 침해지요. 당시 협상 때도 논란이 됐었고…. 이제 다시 비관세 장벽 이야기하는 것은 우스운 거예요."
그의 목소리 톤은 이미 한참 올라가 있었다. 이 교수는 "만약에 이번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쪽의 요구대로 자동차 분야가 바뀌게 되면 한미FTA를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우리가 요구해서 해야 할 쇠고기 재협상은 하지 못하고...
- 김 본부장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우리도 맞대응하게 되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목소리를 높이며) 한미FTA에서 자동차 분야는 중요한 핵심 쟁점이었어요. 지금 이것을 건드리는 것인데…. 당시에 자동차 때문에 (자동차) 비관세 장벽 다 털어줬고,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조항을 비롯해 각종 독소조항을 다 들어줬는데…. 이것들 다시 가져와야지요."
- 그렇게 되면, 판이 정말 커지게 되는데요.
"미국쪽 요구 들어줄 거라면, 전면적인 재협상을 하는 게 낫지요."
이 교수의 생각은 분명했다. 그는 "이처럼 큰 협상을 미국쪽이 일방적으로 정한 11월초까지 끝낸다는 것은 정상적인 경우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만 계속 이야기를 해도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 쇠고기 시장 문제도 나오고 있는데요.
"(차를 마시며) 아마 이번 협상에 쇠고기가 들어오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지도 몰라요."
그는 '국민적 저항'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쇠고기 협상이 갖는 휘발성을 의식한 듯 보였다. 이 교수의 말을 옮겨본다.
"2008년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을 통해 법률로 국내 소비자의 신뢰 부분을 분명히 해놨어요. 그리고 당시에 주변국가와 미국 간의 협상내용에 따라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개방을 합의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보세요. 일본, 홍콩, 대만 등 우리보다 개방수준이 훨씬 낮아요."
이 교수는 "오히려 쇠고기는 우리쪽에서 미국에 현재보다 강화된 수준의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요구해야 할 국면"이라며 "해야 할 재협상은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협상을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한미FTA 협상 이후 정부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통상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제출된) 통상절차법 등이 국회에서 3년 넘게 방치돼 있다"면서 "당시 한나라당도 적극 추진을 약속해놓고, 집권 이후에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세차게 내리던 비도 어느새 그쳤다. 이 교수와 이야기를 마쳐야 했다.
- 어쨌든 한미FTA 협상이 다시 시작됐고, 한미 양국에선 내년 상반기 중으로 FTA를 발효시킬 것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요.
"(곧장) 그래서 국민 여론이 중요하죠. 통상교섭본부쪽에선 이번 협상 결과를 국회 동의 없이 처리하려고 하겠지만, 국회와 국민이 철저하게 따지고 검증해야지요. 지난 촛불과 같은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게 되면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2010.07.06 15:59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공유하기
"자동차도 미국 요구대로? 그럴 거면 전면 재협상해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