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눈물을 흘리며 지나간다는 소나기재.
성낙선
장릉을 지나 선돌을 향해 가는 길은 완만한 고갯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조금 힘든 길일 수도 있다. 땀이 좀 심하게 흐른다 싶더니, 선돌이 있는 곳으로 들어서는 길 앞이 고개 정상이다. '소나기재 정상, 해발 320m'라고 적힌 표지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구름도 눈물을 흘리고 지나간다'는 소나기재, 단종도 눈물을 흘리며 이 고개를 넘었을까?
나는 이 고개를 땀을 진탕 흘리며 넘어간다. 소나기재는 영월이 강원도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강원도에서 자전거여행을 할 때는 절대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개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러니 늘 체력을 아껴 두어야 한다.
고개 정상 주차장에서 선돌까지는 나무판자로 계단을 놓았다. 그 길 끝에 올라서면 바로 앞에 선돌과 함께 서강이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어떻게 해서 이런 곳에 이런 절경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강가에 평지돌출형으로 곧추선 바위 하나가 또 다른 바위 절벽 곁에 바투 붙어서 있다.
아마도 지각변동에 의해 선돌이 절벽에서 갈라져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내 눈에 그 바위들이 한 쌍의 다정한 연인처럼 보인다. 서로 입을 맞추려고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에 굳어진 모습이다. 분명 이야기 짓기 좋아하는 우리 선조들이 그와 관련해 전설 속 사랑 이야기 하나 만들어냈을 법한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 대신 이곳에는 '선돌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한 가지씩 꼭 이루어진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그러고 보니 선돌에서 기도하는 사람의 간절한 손끝이 연상된다. 이곳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끔찍한 사건으로 이별을 맞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기에 딱 좋은 곳이다. 강 건너편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북쌍리 쇠목마을이다.
선돌을 떠나 다시 주차장으로 빠져나오니, 이제 머리꼭지 위로 올라선 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 한반도지형을 찾아갈 길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고개 아래로 내리막길이라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그러나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다. 31번 국도에서 88번 지방도로로 갈아탄 길에서 한반도지형을 찾아가는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하긴 한반도지형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아야 하는데 지대가 낮을 리 없다. 한반도지형을 찾아가는 길에 터널이 두 개다. 차량이 많지 않고, 길이가 짧은 편이어서 크게 위협을 느낄 일은 없다. 다만 이 지역이 석회암 지대여서 그런지 석회석을 운반하는 차량이 꽤 많이 지나다니는 게 조금 불안하다. 선돌에서 한반도지형을 찾아가는 길은 도로 변에 서 있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