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저는 호주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5일, 한국시각)은 2주 전 겪었던 황당한 해프닝을 털어놓을까 합니다. '아침형 인간'인 남편이 그날따라 드물게 늦잠을 잔 것부터가 전조임에도, 날이 날이려고 그랬는지 남편과 저, 두 사람 다 낌새를 못챘습니다. 그날은 일요일, 교회 가는 날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출발이 5분 늦은 상태에서 등 뒤로 아파트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차고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빨려들 듯 몸을 날렸습니다. 뛰다시피 차고 앞에 선 두 사람, 그날의 일련의 불운과 막 조우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하필 차고 열쇠가 안 달린 열쇠 꾸러미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올라간 남편이 잠시 후 낭패어린 표정으로 나타났습니다. "집 문이 안 열리네." "왜요?" "어머니 열쇠를 갖고 왔는데, 복사를 잘못했는지 언젠가 어머니가 외출하셨을 때도 안 열려서 내가 다른 열쇠로 열어드렸거든. 그러고는 다시 복사하거나 아니면 치워 둔다는 걸 깜빡 잊었어."사태가 '대략 난감'하게 돌아갑니다. 한국을 다니러 가신 어머니 것까지, 현관 앞 열쇠 바구니에 모두 3세트의 열쇠가 있는데 하필이면 그걸 집어올 게 뭐란 말입니까. 일이 꼬이려고 드니 숫제 '꽈배기 공장'입니다 열쇠공을 부르려니 평소 누가 열쇠공 전화번호를 외고 다닌답니까. 집에 들어갈 수가 있어야 한인 잡지에서 찾아볼 텐데 당장은 방법이 없지요. 우왕좌왕 할 것 없이 교회부터 다녀온 후 해결하자는 생각에 한 동네 사는 교인의 차라도 얻어 타려고 주머니를 뒤지는데, 이런, 전화까지 집에 두고 나왔지 뭡니까. 그것도 두 사람 다. 일이 꼬이려고 드니 숫제 '꽈배기 공장'입니다.또 하는 수 없이 맘을 바꿔 버스를 타고 다음 시간 예배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버스가 오려면 한 시간 30분이나 남았습니다. 그 사이에 열쇠공을 부를 수도 있겠다 싶어 가까운 한국 식품점으로 갔습니다. 잡지를 얻어서 전화번호를 알아낸 후 공중전화를 통해 열쇠공에게 연락을 하자는 심사였지요. 하이고, 그건 또 누구 맘대로. 식품점 주인도 교회에 갔는지 10시나 넘어야 문을 연다는 팻말이 걸려 있는 게 아닙니까. 전화번호고 뭐고 다 글렀습니다. 이제는 얌전히 버스를 타고 교회에 가는 수밖에 없고, 버스 타기 전에 식품점에서 잡지만 한 권 집어오면 됩니다. 심플해진 마음으로 버스 정류장이 마주 보이는 찻집 창가에 남편과 나란히 앉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을 시간에 뜻하지 않은 데이트를 하게 된 것입니다. 둘 만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역시 위기는 기회입니다.이런 류의 황당한 일을 겪으면 '니가 좀 챙기지, 왜 나만 챙기냐'하면서 말다툼을 하느라 벌어진 일보다 더 불쾌하고 짜증스럽게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그날 우리 부부는 단지 실수일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서로에게 신경질 한 번 안 부리고 지혜롭고 성숙하게 대처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기특한지요. 약속 시간 놓쳐 실없는 사람 돼, 문 딴다고 솔찮이 돈 들어가, 거기다 기분까지 나빠보십시오. 얼마나 '열 받겠나.'해피앤딩으로 마무리된 그날의 해프닝그렇다고 시험이 거기서 끝났냐면 그건 아니고, 당분간은 계속 됩니다. 버스 타기 전, 드디어 문을 연 식품점에서 한인 잡지를 구해 필요한 전화번호를 찾아 공중전화를 걸려는데, 또 무슨 조화인지 투입구에 동전이 아예 안 들어가는 게 아닙니까.'그래 좋다,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겠지...'하면서 남편과 저는 "우리 시험 통과한 거 맞지?" 하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버스는 예배 10분 전쯤 교회에 도착하니 그 사이에 교우의 전화를 빌려 열쇠공과 시간을 정하면 바야흐로 그 날의 수난은 끝나게 될테니까요. 그러나 그러나... 오호, 통재라, 그날따라 버스가 평소보다 '정확하게' 10분이 늦었습니다.결국 평소보다 10분 늦게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서야 간밤의 꿈이 생각났습니다. 학교에 지각하는 꿈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늦었는데도 내심 '어쩔 수 없었다,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하면서 당당하게 교실로 들어갔더랬습니다. 나의 꿈땜을 하려고 애꿎은 남편까지 끌어들인 게 약간 미안했지만 "교회가다 말고 아내와 데이트한 남편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를 외칠 밖에요. 그날 오후 '드뎌' 문이 열렸고, 문을 열어준 고마운 분께 차 한잔을 대접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어느 덧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기울고 그 날의 해프닝이 비로소 해피 앤딩으로 마무리 되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호주한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호주한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열쇠 추천4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신아연 (ayounshin) 내방 구독하기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온라인 기고는 원고료가 없다고요?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지각 꿈 꾸더니, 꿈땜 한 번 톡톡히 했네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5년 전 스웨덴에서 목격한 것... 한강의 진심을 보았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산물량 일부 해외 이전 결정... 협력사 '비상'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