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측 "파업 참가자 확인해 매일 보고하라"

사측 "불법 파업 참가자 징계"... 새 노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반발

등록 2010.07.02 13:24수정 2010.07.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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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새 노조는 2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총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KBS 새 노조는 2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총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이주연
KBS 새 노조는 2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총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 이주연

KBS 새 노조의 총파업에 맞춰 KBS측이 전 직원에게 '파업참가자를 확인해서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긴 복무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측의 복무지침에는 '파업 참가자에 대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고, 파업 참가자들에 징계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도 포함되어 있다.

 

사측은 사내의 파업 열기 확산을 막기 위해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측은 복무지침을 통해 직원의 식사 시간 엄수를 명령하고 조퇴·외출 등도 사전결재가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조치를 내린 상태다.

 

파업을 저지하기 위한 사측의 움직임은 파업 첫날부터 시작됐다. 새 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사측은 지난 1일 청원경찰을 동원해 노조의 파업 출정식 등을 방해했다. 이에 KBS 새 노조 측은 "사측이 '불법' 덧씌우기를 하고 있다"며 "도리어 사측이 합법 파업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 "불법 파업 참가자 징계 조치...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KBS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사측은 부서장과 직원들에게 복무지침을 발송해 "불법파업 참가 및 불법 행위 시 징계 등 불이익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며 "근무시간 중 불법파업 참가 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파업 참가자 골라내기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다. 사측의 복무지침에는 '파업참가자를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항목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해당 항목의 하부 조항에는 "근무지 이탈, 직무태만, 업무상 지시 거부 등을 할 경우 파업 참가자로 파악하여 매일 18시까지 보고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윗선의 업무지시를 불이행할 경우 파업 참가자로 몰아버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복무지침에는 세부적인 '제한규정'들도 정해져 있다. 근무시간 중 무단 이석을 할 수 없고, 점심시간도 철저히 지켜야 하며, 휴가·조퇴·외출 등 각종 근태사항은 사전결재 후에만 실시할 수 있다. 근무형태에 따른 시업·종업 시간도 엄수해야 한다. 식사부터 외출까지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복무지침에 적힌 "소속직원의 근무지침 준수 여부 철저관리 및 조직 장악 철저히 하라"는 지시사항처럼 파업 참가자 외 직원들을 '장악'하기 위한 태세를 철저히 갖추고 있다.

 

"합법 파업에 불법 덧씌워...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법적 조치할 것"

 

 2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청원경찰과 KBS 조합원들이 격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들이 발길질을 당하고 사진기가 부서지는 일이 발생했다.
2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청원경찰과 KBS 조합원들이 격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들이 발길질을 당하고 사진기가 부서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주연
2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청원경찰과 KBS 조합원들이 격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들이 발길질을 당하고 사진기가 부서지는 일이 발생했다. ⓒ 이주연

KBS 사측이 새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파업의 형식적 목적과 실질적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지난 달 3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새 노조가) 형식적으로는 임·단협 결렬을 내세우고 있지만, (파업을 하는) 실질적 목적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조직개편, 인사 등을 반대하는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했다. 사측은 또 입장문 말미에 "아직 늦지 않았다, 부디 교섭장으로 돌아와 회사와 성실히 교섭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새 노조는 노동법에 명시된 단체행동권 집행을 사측이 방해하는 등 도리어 사측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은 "형식, 실질 운운하고 있지만 '파업을 그만두고 단체교섭에 임하라'는 말에는 단체교섭이 진행되면 우리가 파업을 접으리라는 것을 사측도 알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사측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합법 파업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법'이라 덧씌우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엄 위원장은 특히 "불법 파업 규정은 그저 새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측이 청원경찰을 동원해 합법파업을 막는 등 노동법에 명시된 단체행동권 집행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 위원장은 지난 1일 벌어진 사측 청원경찰의 기자 폭행사건에 대해서도 "자기들이 한 일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방해한 것"이라며 "정당하고 떳떳하면 언론에 제대로 알리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외부 언론에게도 그렇게 억압적인데 내부에서는 얼마나 억압적이겠느냐"고 덧붙였다.

2010.07.02 13:24ⓒ 2010 OhmyNews
#KBS #파업 #엄경철 #새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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