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학생 만족도 조사, 좋게 고쳐라"

인천 A초등학교 교장, 5년째 같은 수학여행지 선정 '논란'

등록 2010.07.02 10:42수정 2010.07.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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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도에서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학교 단체 행사 때 특정 업체를 선정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수십명의 교장이 경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에서도 수학여행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부평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현재 학교에서 3년, 이전 학교에서 2년 등 모두 5년 동안 수학여행 숙박업소로 같은 곳을 지정했다.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서 숙박업소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나왔지만 교장은 해당 업체와 계약을 이어 나갔다.

이에 대해 수학여행 업체 선정 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고, 교장의 입김에 따라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다수 학교에서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초교, 같은 숙박업소 계속 수의계약... "학생 만족도 조사, 좋게 고쳐라"

<부평신문>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인천 부평의 A초등학교 교장은 이 학교에 발령받은 이후 5·6학년 수학여행 때마다 같은 숙박업소와 지속적으로 수의계약을 맺었다. 해당 업체는 교장이 이전 학교에 있을 때 계약을 맺어왔던 곳이었다.

수학여행 숙박업소를 선정할 때 학년부장 등 교사들이 3군데 이상 업소를 방문해 점수를 매기고 좋은 곳을 선택하도록 했지만, 교장이 지정한 업소도 선정 대상에 넣게 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5학년이 이용한 숙박업소는 시설이 매우 낡고 비좁아 여인숙 같은 분위기에, 레크리에이션도 버스 4대가 들어가는 주차장에서 비좁게 앉아서 진행됐다. 여행지와 1시간 이상 떨어진 업소에 대해 학생이나 교사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학교는 수학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이 나오면 교사들에게 좋게 고치도록 압력을 넣었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수학여행지와 숙박업소 선정할 때에는 업체명 등 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자세한 내용을 싣지 않았다.

교육청이 공개한 수의계약 자료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근무하는 학교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장은 2006년부터 5년 동안 5학년 수학여행 때 충청북도에 위치한 B숙박업소와 1058만 4000원~1439만 8000원의 비용으로 수의계약을 맺었으며, 6학년 수학여행 때에는 경상북도의 C숙박업소와 1282만 2000원~1690만원의 비용으로 수의계약을 맺었다.


D버스업체와는 2007년부터 4년 동안 수학여행 때마다 987만~1500만원의 비용으로 수의계약을 맺었다.

익명을 요구한 A초교 교사는 "지난해 학생들 수학여행 만족도 조사를 하면서 교사가 학생에게 점수를 좋게 고치라고 했다가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은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도 "지난해 5학년이었던 아이가 수학여행을 다녀와서는 숙소가 많이 지저분해서 불편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초교 교장은 <부평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5년 동안 같은 숙박업소를 이용한 것은 그 업소가 믿음직해서다"라며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학생이나 교사의 평점이 최고로 높았으며, 점수를 높게 고치라고 지시한 적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수학여행 관련 지침 마련 등 대책 절실

오랜 기간 학교운영위원을 해왔던 부평지역의 한 교사는 "학년부장이나 교사가 수학여행지와 세 군데 정도의 숙박업소에 답사를 다녀와 높은 점수를 매긴 업소를 추천하더라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장이 자기가 밀어주는 업체를 선정하게끔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학교운영위에서 심의할 때에도 숙박업소나 업체까지 심의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 교장이 원하는 대로 통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지혜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학교운영위에서 수학여행을 심의할 때 업소 등의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비교할 수 있게끔 심의하는 학교는 극소수"라며 "숙박업소 등 사전답사 시 학부모들이 같이 갈 수 있도록 하고 급식소위원회처럼 수학여행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수학여행 관련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좋은 장소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도록 투명하게 업체를 선정해야 하며, 교육청은 급식업체 선정 관련 지침이 있는 것처럼 수학여행과 관련해서도 지침 등을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교육청은 수학여행과 관련해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수학여행 비리 #인천시교육청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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