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삶이 계속된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44×368cm 2003
김형순
황주리는 80년대 데뷔한 셈인데 그때 미국에서는 슈나벨 등 신구상(New Painting)이 나올 때다. 그런 영향인지 그는 70년대 추상단색화에 벗어나 신구상화를 들고 나온다. 이건 70년대 미국에서 난해한 개념미술이나 미니멀리즘에 반발해 신구상이 나온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독일의 신표현주의나 이탈리아의 트랜스아방가르드도 유사한 사조다.
그는 70년대 대학시절 카프카, 카뮈, 사르트르 등 부조리 문학과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으로 인간에 관심이 많다. 80년대 초 암흑기에는 인간을 괴물이나 해골로 변장시켜 반항적이고 파격적인 화풍을 선보인다. 그러다가 1987년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다. 뉴욕대 대학원을 마치고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을 하다 9·11테러 이후 완전히 서울에 정착한다.
그가 뉴욕에 가기 전 홍대대학원에서 바슐라르 기호학적 상상력에 대한 석사학위를 쓴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칸막이(grid) 형식의 신구상화에는 위에서 보듯이 수수께끼 같은 기호들이 수두룩하다.
수집품, 오브제, 사진 등을 작품에 적극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