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개운한 굴젓’, 집에서 만든 어묵무침, 냉연포탕에서 건져낸 낙지, 고소한 감자조림.
조종안
소박하게 차려나온 반찬들은 옛날에 어머니가 부엌과 장독을 오가며 차려놓은 밥상이 떠오를 정도로 정성이 깃들어 있었는데요. 하나같이 개운하고 담백해서 먹는 데 부담이 없었습니다. 입이 마냥 즐거워하더군요.
연포탕은 주로 산낙지가 많이 잡히는 서남해안 도시와 섬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400여 년 전에 기록된 <난중일기>에도 등장한다고 하는데요. 이순신 장군이 즐겨 먹었던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서남해안 갯벌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을 우리는 흔히 아랫녘 맛, 남도의 맛으로 표현하는데요. 특히 산낙지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전남 목포 앞바다의 하의도에 가셔서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냉연포탕을 꼭 한 번 시식해 볼 것을 권합니다.
연포탕은 산낙지와 각종 채소를 넣고 익혀서 먹는 음식이어서 식당마다 맛이 다른 것은 상식일 터인데요. 하의도 연포탕에는 여름 양념이라 할 수 있는 식초와 싱싱한 채소, 얼음이 어우러져 담백하고 시원해서 여름 음식으로 으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상대방 이야기가 귀로 들어오지 않았는데요. 속까지 개운한 '깡다리젓갈', 시원한 '열무김치', 담백한 '호박나물' 등은 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이었습니다. 특히 겨울에도 맛보기 어려운 '굴젓 무침'은 냉연포탕 맛을 확실하게 지켜주는 든든한 지원군 같았고요.
하의도 '산낙지회'와 맛의 효자 '화염' 하의도까지 와서 연포탕만 먹고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더군요. 해서 맛보기로 산낙지회를 한 대접 시켜먹었는데요. 잘게 썰어놓은 싱싱한 산낙지 위에 청양고추와 깨소금을 뿌려놓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