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 관노가면극다정하게 무대를 돌아다니는 양반광대와 소매각시
김준희
하지만 어딜가나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는 법. 관노가면극에서는 두 명의 시시딱딱이가 그 역할을 한다. 시시딱딱이의 험상궂은 가면은 나쁜 것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란다. 극 중에서는 양반광대와 소매각시 사이에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는 나쁜 짓을 한다.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 오히려 어색할테니 시시딱딱이의 방해와 간섭은 극을 그만큼 흥미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시시딱딱이는 양반의 두 팔을 잡고 바닥에 팽개치기도 하고 억지로 각시를 끌고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와 함께 춤을 추자고 청하는 몸짓을 한다. 극이 한참 전개되어갈 무렵에 한 할아버지가 장내에 들어왔다. 술을 한 잔 마신듯 붉어진 얼굴로 시시딱딱이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말을 한다. 아마도 양반과 각시 사이를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극 도중에 또다른 방해꾼이 나타났는데도 출연진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극을 이끌어가는 양반광대는 그 할아버지의 머리를 부채로 가볍게 치며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결국 악사 중에 한 명이 할아버지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양반광대가 구경하던 한 서양인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자신의 담뱃대를 주면서 그걸로 시시딱딱이를 한 대 때리라는 몸짓을 한다. 서양인도 시시딱딱이가 하는 행동이 짜증스러웠나보다.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장내로 들어가서 날리는 분노의 일격!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려는 소매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