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게임'의 귀환, 구닥다리 PC 바꿔?

12년 만에 선보인 '스타크래프트2', 왕년의 전사들 불러 모을까

등록 2010.06.25 19:21수정 2010.06.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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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패키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패키지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패키지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오늘 퇴근하고 '스타' 한 판 어때?"

 

98년 한국에 상륙한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아래 스타)'의 인기는 대단했다. 당시 젊은 직장인들은 퇴근 길 술자리도 마다하고 사무실이나 PC방에서 밤 늦게까지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게 일과였다. 나 역시 '테란'밖에 모르던 왕초보였지만 '프로토스' 베테랑인 선배와 팀을 이뤄, 강력한 '시즈 탱크'로 상대방 '저그'를 무찌르곤 했다.   

 

10년 전 PC방 문화 확산 1등 공신... 'e스포츠'로 거듭나

 

스타는 당시 PC방 확산의 1등 공신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인터넷 환경이 여의치 않던 시절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은 PC방에서 IPX나 베틀넷에 접속해 멀리 떨어진 길드 멤버들과 멀티플레이를 즐겼다. 전국엔 동호회 개념인 수많은 '길드'가 만들어졌다.

 

이후 초고속인터넷 확산과 함께 '국민 게임'으로 급부상한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로 격상됐고 각종 '스타 리그'를 통해 쟁쟁한 프로게이머와 프로팀을 양산했다. 이후 유사한 게임도 수없이 쏟아졌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10년 전 한창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20~30대들도 이제 30~40대 중년이 됐다. 여전히 그 열정을 유지하는 이들도 했지만 관심이 시들해졌거나 생업 때문에 손을 끊은 이들이 많다. 나 역시 스타크래프트를 끊은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아래 스타2)가 7월 27일 출시된다는 소식은 솔깃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래픽... PC 업그레이드 불가피

 

 24일 프로게이머 김동수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 이벤트 경기를 펼치고 있다.
24일 프로게이머 김동수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 이벤트 경기를 펼치고 있다.김시연
24일 프로게이머 김동수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 이벤트 경기를 펼치고 있다. ⓒ 김시연

지난 24일 김포공항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블리자드 미디어데이에서 처음 지켜본 '스타크래프트2' 이벤트 경기는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3차원 그래픽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유닛과 맵이 등장했지만 테란, 프로토스, 저그 세 종족이 겨루는 기본 게임 방식은 같았기 때문이다.

 

한글화 덕에 익숙한 영어 이름 대신 '의료선', '불곰', '불멸자', '광전사' 같이 우리말로 번역된 용어가 등장했다. 처음엔 외래어를 전혀 쓰지 않는 북한 축구 중계를 보듯 어색했지만 중계에 익숙해지니 오히려 정겨웠다.

 

'스타크래프트2'로는 처음 열린 이날 공식 경기에서 프로게이머 '가림토' 김동수 선수의 '테란'이 네덜란드 마누엘 쉔카이젠의 '프로토스'를 맞아 두 번 모두 승리했다. 멀티를 통해 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프로토스의 본진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상대편의 'GG(Good Game; 항복 선언)'을 이끌어냈다.

 

경기를 본 뒤 다시 한번 예전의 '열정'이 되살아났다. 마침 블리자드에서 7월 초에 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니 마침 좋은 기회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스타2를 하려해도 구닥다리 PC가 문제였다. 10년 전 사용하던 PC를 5년 전쯤 업그레이드한 게 고작이기 때문에 스타2가 요구하는 최소 사양에도 턱없이 못 미쳤다.

 

블리자드와 제휴한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비디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전 스타와 달리 3D 그래픽이 들어갔기 때문에 1~2년 전 구입한 PC라면 게임 구동에 문제없겠지만 3~4년 이전 PC라면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 PC 기준으로 그렇게 고사양을 요구하는 건 아니어서 40만 원 정도(모니터 제외한 PC 본체)면 만족하는 사양을 갖출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날 블리자드에서 밝힌 최소 사양은 ▲CPU: 펜티엄4 2.6GHZ나 AMD 애슬론 시리즈 ▲그래픽카드: 지포스 6600GT(128MB) ▲메모리(RAM): 1GB ▲하드디스크: 12GB 이상이고, 권장 사양은 ▲CPU: 듀얼 코어 2.4GHZ ▲지포스 8800 GTX(512MB) ▲2GB RAM 정도다.

 

옛 영광 되찾을까... 온라인 판매 방식 변수

 

'국민 게임'의 귀환에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침체기를 못 벗어나고 있는 PC 하드웨어 관련 업계도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IT 리뷰 전문 사이트인 케이벤치 이우용 편집장은 "그동안 윈도7 등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도 생각만큼 PC 부품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서도 "스타2는 워낙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PC 수요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조심스럽게 10년 전과 같은 '스타크래프트 특수'를 점쳤다.

 

스타크래프트2가 PC 시장 판도를 바꿀 만큼 확산되는 데 있어 블리자드의 온라인 판매 전략도 변수다. '브루드 워'의 경우 3만 원 정도하던 패키지만 한번 구입하면 베틀넷에 접속하더라도 늘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반면 스타2는 패키지가 없어 프로그램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지만 평생 이용권(6만9천 원)을 사지않는 이상 사용 시간만큼 과금(1일 이용권 2000원, 30일 9900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많이 사용할수록 부담이 커진다.

 

 블리자드는 24일 한국에 국한된 스타크래프트2 온라인 판매 방식을 공개했다.
블리자드는 24일 한국에 국한된 스타크래프트2 온라인 판매 방식을 공개했다.김시연
블리자드는 24일 한국에 국한된 스타크래프트2 온라인 판매 방식을 공개했다. ⓒ 김시연

 

왕년 스타 마니아들까지 불러들여 현재 10대와 20대 초반에 사용자가 국한된 사용자층을 넓혀 진정한 '국민 게임'으로 거듭날될지도 관심거리다. 6개월 전까지도 스타를 즐겼다는 이아무개(39)씨는 "요즘 주변 동료나 친구들 중에 스타를 하는 이들은 많이 줄었다"면서 "스타2가 나온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값도 만만치 않고 다시 새 게임에 적응하는 데 투자할 시간이나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연배의 김아무개(39)씨는 "오랫동안 스타를 끊었지만 스타2가 나오면 다시 한 번 해볼 의향이 있다"면서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12년 만에 화려한 3D 그래픽과 한글화를 무기로 한국 시장에 나타난 '스타크래프트2'. 또다시 대작 게임이 PC 시장을 먹여 살리던 옛 영광을 재현할까, 아니면 콘솔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란 시대 흐름에서 밀려 PC 게임 시대의 종말을 고하게 될까. 한 달 뒤 왕년의 스타 전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2010.06.25 19:21ⓒ 2010 OhmyNews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블리자드 #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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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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