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교수의 법 고전읽기'가 22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권우성
"호리라는 물고기는 어항에서는 10밀리미터, 연못에서는 50밀리미터, 강에서는 150밀리미터, 바다에서는 500밀리미터까지 자랍니다. 우리도 이와 비슷합니다. 더욱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가 되어야 우리들 자신도 더 클 수 있습니다." 어항과 바다 사이.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개인이 누리는 자유는 어느 정도 크기일까?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법 고전읽기' 특강 첫 시간에서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 향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사회를 지배하던 관습들이 우리를 10밀리미터짜리 물고기처럼 살도록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네르바' 박대성씨 구속과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한 일 등의 실례들을 들며 이명박 정부 들어 토론이 사라지고 자유의 범위가 크게 줄어든 한국 사회의 풍경을 지적했다.
1859년에 출간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교재로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강의에서 조 교수는 "자유의 의미가 곡해되고 있는 한국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주체적 개인이 되고 또 연대해야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을 해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무한해야<자유론>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이 개별성이 급격히 사라지던 19세기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다룬 책이다. 밀은 이 책에서 양심·사상·표현의 자유와 취향과 탐구의 자유, 단결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 책이 지금 한국 사회에 유효한 이유로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구속을 들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공간에 쓰던 박씨는 지난 2009년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 기소되었으나 같은 해 4월 무죄로 풀려났다.
"<자유론>에서 밀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얘기합니다. 여기서 표현이 중요한데 표현하지 못한다면 양심, 사상의 자유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네르바는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30대 무직자에 불과하다', '대학도 안 나왔다' 등의 모욕을 공개적으로 당했죠."조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을 하고 그것을 드러내면 형사처벌과 모욕이라는 방식의 제재가 작동한다는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이 사건 이후 많은 누리꾼들이 자신이 쓴 글을 인터넷 공간에서 내리는 '냉각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시민단체를 압박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국정원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도 미네르바 사건과 성격이 비슷한 사안이다. 조 교수는 "유신 시대에 '국가모독죄'라고 해서 국가를 비판하면 감옥에 넣는 법이 있었다"며 "이것이 지금 와서는 벌금을 매기고 돈을 뺏는 방법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