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목 등산로 입구
이승철
산길은 완만한 경사로 바닥은 화산섬 제주도답게 온통 돌과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라산 생태계가 육지의 산들보다 건강하기 때문일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내가 보기엔 산새들의 가장 큰 천적인 길고양이들이 없어서 산새들이 많은지도 몰라요" 일행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한라산에 산새들이 많은 이유를 찾아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 두 가지 조건이 다 해당되는 것 같네요. 생태계가 건강한 것도 그렇고. 또 산에서 서식하며 산새들의 번식과 생명을 위협하는 길고양이들이 없는 것, 모두 한라산에 산새들이 많은 이유일 것 같네요." 일행들 중에서 가장 젊은 층인 일행이 결론을 내린다. 듣고 보니 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한라산은 분명히 육지의 어느 산보다 생태계가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서울 근교 산에서는 흔하디흔한 길고양이를 단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깐 쉬어 갑시다. 여기 자리가 참 좋네요."걷다보니 길가에 쉼터가 만들어져 있는 곳에 이르러 있었다. 모두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내며 쉼터에 걸터앉았다. 울창한 숲속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자 과일 좀 드세요" 일행 한 사람이 귤 몇 개를 내놓는다. 산길을 오르다가 지친 몸을 잠깐 쉬며 먹는 과일 맛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약간 시큼하고 달콤한 귤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한라산에는 왜 모기가 없을까?"어, 시원하다, 한라산 숲은 다른 산과는 많이 다르구먼, 정글 수준이야.""요즘 우리나라의 산들 모두 숲이 우거지긴 했지만 한라산은 다른 산들과는 많이 다르구먼, 쭉쭉 뻗어 올라간 저 나무들도 그렇고."일행들은 너나없이 숲을 칭찬한다, 햇빛을 거의 차단할 정도로 우거진 숲이 육지의 산들과는 수종도 다르고 자라는 모습도 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