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신전. 700년동안 타고 있는 불꽃과 조로아스터의 영정.
김은주
꺼지지 않는 불에서 유래한 조로아스터교오늘 방문한 곳은 조로아스터교라는 종교의 유적지입니다. 조로아스터교는 예수님이 태어나기 6백 년 전 고대 이란에서 생겨난 종교로 지금은 교도가 15만에 불과한 작은 종교입니다. 허나 한때는 이란을 지배했던 종교였습니다.
이란의 자랑이자 위대한 군주인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가 조로아스터교 신자였고, 이란 역사에서 민족주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했던 사산 왕조 때도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이란의 관광지를 다니다 보면 이슬람교 유적지와 더불어 조로아스터교와 관련된 유적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조로아스터교는 배화교라고도 합니다. 조로아스터교의 심장부인 아테슈카데 사원에는 700년 동안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는데, 불을 꺼뜨리지 않고 돌보는 게 이 종교의 중요한 의식입니다. 배화교는 이 꺼지지 않는 불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여겨집니다.
우리 일행이 맛있는 피자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아테슈카데를 방문했을 때 정말 작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불꽃은, '애걔, 저거야?' 할 만큼 작았습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해서 꽤 크게 타오르는 불을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불은 강한 느낌으로 차분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조로아스터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싶었습니다. 교세가 약해져서 신도 15만의 작은 종교로 전락했지만 이 작은 종교는 2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작은 종교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불꽃 옆에는 수염을 기르고 눈빛이 심상찮은 남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조로아스터라고 했습니다.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이자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주인공입니다. 그의 모습은 위대한 종교인의 초상화를 봤을 때처럼 특별한 느낌을 갖고 있었습니다.
작지만 강한 불꽃을 일으키며 700년 동안 타고 있는 불과 강한 포스를 내뿜는 조로아스터의 영정, 그리고 조용한 관리인.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이곳이 우리가 떠들고 구경삼아 기웃거릴 광광지가 아니라 신성한 사원이라는 걸 말없이 일깨워주었습니다. 사실 이곳 아테슈카데는 조로아스터교인들의 중요한 순례지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