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화면캡쳐
2008년 민간의료보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월평균 민간의료보험료는 십수 만원에 이른다. 1인당 국민건강보험료가 월평균 3~4만 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민간의료보험료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지난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어난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크기는 그 기간 동안 증폭된 의료 불안과 병원비 걱정의 크기에 정확히 비례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팽창 속도가 한층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나는 살고 싶다"는 말을 끝내 못한 채 환자 스스로 병원 문을 나서도록 만드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 줄을 끊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큰 병에 걸리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는 끔찍하고 비장한 상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민간의료보험밖에 없는가?
나라 꼴 갖춘 나라 중에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처럼 의료 불안과 병원비 걱정을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떠넘기는 나라는 없다(
영국에는 긴 병에도 효자 있다,
병원이 환자에게 교통비 주는 나라를 상상하라).
적어도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생명을 버리는 일은 없도록 국민을 안심시키고 보호하는 것이 국격을 갖춘 나라의 기본적인 소임이다. 그리고 이런 나라들은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는 것을 통해 이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이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 명쾌하다. 평소에 국민건강보험료(국영의료체계를 채택한 나라는 조세)를 좀 더 내는 것이다. 그 대신, 국민 누구라도 병에 걸리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민건강보험료를 좀 더 내자는 주장이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다. 특히,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나는 1년에 한 번도 병원에 갈 일이 없는데, 왜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느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의료 불안과 병원비 걱정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의 일이다. 연로하신 부모님, 갓 태어난 아이, 잦은 병치레를 하는 가족과 일가친척, 그리고 병원비 문제로 지금 이 순간도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이웃을 구할 수가 있다.
정부와 기업, 보수언론이 알려주지 않았던 건강보험의 진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을 발전시키는 것은 원래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당최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이고, 이대로 두면 파탄난다는 말은 어제 오늘 들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그나마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늘리면서 재정이 어려워졌었는데, 최근에는 혜택을 늘리는 것 없이 국민건강보험의 숨통을 틀어쥐어서 재정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 와중에 국민건강보험은 점차 고사되고 있다. 그리고 민간보험사들은 표정 관리를 하느라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지난 6월 9일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오는 7월 중순 공식 출범할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시민의 힘으로 직접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운동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과 보수언론이 알려주지 않고 은폐했던 '국민건강보험료를 좀 더 내면, 민간의료보험 없이도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 명쾌한 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의 힘을 모아서 이를 실현하자는 운동이다.
어떻게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 먼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블로그에 와서 운동에 동참하면 된다. 공식 누리집은 7월 중순 오픈할 예정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터인 가정, 직장, 동네에서 가족, 동료, 친구, 이웃들과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주제로 토론하고, 이들이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이 수십 명이면, 정부는 본 척도 안 할 것이다. 수백 명이면, 외면할 것이다. 수천 명이면, 움찔할 것이다. 수십 만 명이면,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수백 만 명이면, 시민의 힘에 굴복할 것이다. 시민의 힘이 모이면, 병원비 때문에 수많은 환자가 끝내 삼켜야만 했던 마지막 말을 마침내 편하게 내뱉을 수 있게 된다.
"나는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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