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이 있는 사람은 건강식품을 섭취할 때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오마이뉴스
남자는 '간 건강 토털 케어'에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간 튼튼 해리포터 엑기스' 한 포를 쪽쪽 빨아 마시고 점심에는 청계천 심층수로 만든 '간 보호 녹조 워터'를 마셔요. 자기 전에는 어뢰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간 무기질 종합비타민 '스모킹건 넘버원 추어블정'을 오독오독 씹어 먹어요.
남자는 이번 달 수입·지출을 머릿속으로 계산해보아요. 삼백만 원 적자예요. 이것저것 건강보조식품을 사들이다보니 카드 값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게다가 건강관리업체에서 때때로 요구하는 '특별관리비'도 만만치 않아요. 남자는 그래도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간 건강 토털 케어'에 다닌 지 육개월이 지났어요. 남자는 간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니까 건강해졌을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이게 웬걸. 병원에 가서 간 기능 검사를 했더니 간이 더 나빠졌다고 해요. 남자는 그동안 얼마나 정성껏 간을 보필했는지 하소연해요. 하지만 의사는 이상한 건강보조식품을 너무 많이 먹어서 간이 상했다고 도리어 화를 내요. 남자는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혼란스러워요.
남자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어요. 건강도 나빠진데다 그동안 건강관리비에 지출이 너무 심했어요. 카드 연체대금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겹쳐 파산지경이에요. 남자가 돈 걱정을 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대부업체에서 전화를 했어요. 상담원은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대요. 남자는 살인적인 이자율에 망설이지만 돈 나올 구멍이 없는 상황이라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로 마음먹어요.
'간 건강 토털 케어'에 다닌 지 일 년이 지났어요. 이제 남자는 더 이상 '케어'를 받지 않아요. 건강보조식품도 먹지 않아요. 돈이 없기 때문이에요. 남자는 건강보조식품 대신 농약을 마시려고 해요. 농약을 마시려는 순간 갑자기 상조업체에서 전화가 와요. 상조업체 직원은 죽기 전에 주변 정리가 중요하다며 오늘 가입하면 장례비를 50% 할인해주겠다고 해요. 남자는 상조업체 직원에게 육두문자를 유언으로 남겨요.
이상 남자의 건강생활이었어요.
[女] 강남주부 여자편여자는 강남의 건강관리서비스 '하이클래스 뷰티 케어'에 다녀요. 남자가 다니던 사이비 건강관리업체와는 차원이 달라요. 등록비만 오천만 원이 넘고 매달 기본 회비만 백만 원씩 내야해요. 하지만 여자는 2년 전에 돈 많은 신랑감을 잡았기 때문에 이 정도 지출은 감당할 수 있어요. 여자는 소중하니까요.
여자는 회원으로 등록할 때 약관을 꼼꼼하게 읽어보았어요. '하이클래스 뷰티 케어'는 혈압이나 혈당 같은 기본 건강관리는 물론이고 몸매와 피부를 관리하는 미용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요. 약관에는 개인건강정보 제공에 동의하느냐는 문구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는데 여자는 별 생각 없이 허락을 했어요.
여자는 대체적으로 건강한 편이지만 매일같이 나와서 향기로운 아로마 테라피를 받거나 주름 없애는 안티에이징 젤을 바르거나 강풍으로 지방을 분해하는 제트슬림을 받아요. 가끔 특별이용료를 내고 숙변제거를 하는데 여자는 유리관으로 시커먼 숙변이 꾸물꾸물 빠져나가는 걸 보며 즐거워해요. 여자의 장(腸)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