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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보험이 없었다. 민간에서 하는 보험은 꿈도 못꾸는 시절이었고 농어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료보험도 시행되기 전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덜컥 중병이 나셨다. 뇌종양. 머리 깊숙한 곳의 실핏줄이 꼬여 막혔다는 진단을 받기까지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두 대밖에 없다던 MRI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시골에서 서울 대학병원 생활은 어머니 표현대로 '돈을 처바르는 일'이었다.
일주일마다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씩 청구되는 병원 고지서는 고스란히 100% 본인부담금이었다.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 놓은 재산의 대부분이 병원비로 쓰였다. 의사가 성공해서 살 수 있는 확률 50%, 예상 수술비 1억여 원인 수술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을 때 어머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성통곡을 했다. 그리고 일 년여 만에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아버지 옆에 있던 환자는 공무원 가족으로 보험혜택을 받고 있었다. 2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어머니는 "그 당시 보험이라도 들었으면 수술이라도 받아봐서 죽은 사람 원이라도 푸는 건데" 하며 지나가듯이 이야기 하신다.
그런 환경 탓인지 결혼하고 나서 나와 아내, 아이들까지 온 식구 상해와 질병에 대한 병원비를 보장하는 민간의료보험을 빠짐없이 들었다. 그 액수만도 한달에 25만 원 정도.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꽤 높다. 사실 민간의료보험을 들면서 돈을 벌자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국가의 국민의료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부분, 그래서 본인부담금으로 돌아올 수 있는 부분을 예비하자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며칠 전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의
'중산층 가정 파탄 낸 5천만원 치료비' 기사를 읽으면서 민간의료보험도 100% 예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약값이 없어 가정이 파탄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이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아찔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1998년도엔 어머니가 큰 수술을 받으셨다. 상태가 호전된 어머니는 암보험을 들어 놓은 것이 있다며 알아보라고 하셨다. 당연히 보장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보험사에 문의하였지만 보장받을 수 없는 질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상피내암. 의학적인 용어도 생소한 병명. 암은 맞지만 보장받을 수 없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그런 질병은 보장이 안 된다고 설명하고 보험가입을 받았느냐고 따졌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험약관과 계약 내용에 그렇게 되어있으니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마음대로 하라는 태도로 나왔다. 화가 나서 당장 해지한다고 하니까 해지 위약금이 있어 보험료로 낸 금액은 80% 정도 밖에 돌려주지 못한다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 년 보험료를 더 부은 뒤에야 이자 없는 원금만 돌려 받을 수 있었다.
1만1000원 인상으로 의료비를 100% 지원받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