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단청장
(주)CPN문화재방송국
"혜각 스님은 단청을 할 때 마음에 안 들면 완성된 후에도 다 덮어버리고 다시 할 만큼 까다로웠어요. 혜각 스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안 됐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스님 밑에 있었지요. 저를 자식처럼 여기면서 모든 기법을 전수해 주셨습니다."
일이 없을 때는 금용 김일섭 스님, 만봉 이치호 스님, 한석성 선생 등 단청계의 거장들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단청 문양과 불화 기법을 익혔다. 김종욱 장인은 현재 경기도무형문화재 단청장으로 지정되어있지만 단청은 물론이고 불화, 산수화, 동양화까지 폭넓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단청과 불화를 분리해서 지정하지만 원래는 하나에요. 그림 그리는 순서도 똑같아요. 탱화(불화)는 회화적인 성격이 있고, 단청은 오행사상에 입각해서 딱딱 규정대로 하는 도안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볼 때는 똑같아요. 옛날에는 단청장이 단청도 하고 불화도 다 했거든요."
지금은 고려불화를 그리는데 심취해 있다는 김종욱 장인, 수십 년을 그려왔지만 아직도 탱화가 어렵다고 한다.
"후배 장인들이 단청은 잘 이어나가고 있어요. 안료는 예전보다 못하지만 기법은 전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요. 탱화도 잘하지만 아직 그 깊이는 옛날 사람만 못해요. 불교의 교리도 잘 모르고 그냥 기교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아요. 단청은 발전을 하는데 불화는 아직 멀었어요. 나도 불화를 하고 벽화를 많이 그리지만 아직 먼 것 같아요. 나도 더 배워야 돼요."
경주 불국사, 경복궁 근정전, 숭례문 등 수많은 궁궐과 사찰의 단청과 벽화를 그려온 김종욱 장인의 바람은 평생 붓을 놓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다. 스승에게 물려받은 기능을 후배 장인들에게 아낌없이 풀어놓고, 남은 생은 좋은 작품을 남기는 데 쓰고 싶다는 김종욱 장인을 만나 단청, 불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