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 소장
장윤선
"화학적 거세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주사를 놓는 것이다. 이 방법은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나, 성폭행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아니다. 죽을 때까지 매일 놓을 수도 없고, 또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성적 욕구가 줄어든다고 장담도 못한다."현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 소장의 말이다.
최근 정부여당이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론을 강조하고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17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8세 여아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 한 '김△△ 사건'으로 촉발된 화학적 거세 논란과 관련해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욕을 없애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정책대안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있다. 지난 10년간 교도소에 수감된 성폭행범들을 교정치료해온 전문가인 현혜순 소장은 한나라당식 극약처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성폭행 사건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는 게다. 대중의 공분을 삭이는 데 필요한 카타르시스는 될지 모르나 실질적으로 성폭행사건을 줄이는 대책이 아니라는 것.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현혜순 소장을 만나 최근 아동성폭행사건이 빈발하는 이유와 성폭행사건을 줄일 수 있는 대책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된 성폭행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만 실시해도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성폭행범으로 수감된 재소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교정치료를 통해 성폭행 발생빈도를 많이 줄였다는 연구결과도 전했다.
다음은 현혜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성폭행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사후프로그램 전혀 없다"- 정부는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삼고 있다."화학적 거세를 한다고 해도 성폭행에 대한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사건을 줄일 수는 없다. 화학적 거세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주사를 놓는 것인데 이 방법은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겠으나 성폭행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아니다. 죽을 때까지 매일 놓을 수도 없고, 또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성적 욕구가 줄어든다고 장담 못한다.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화학적 거세를 하니 성폭행이 줄었다더라 하는 연구조사 결과를 보고 정부가 추진하는 모양인데, 실제 거세를 해도 성폭행범은 다른 방식으로 또 성폭행을 하더라는 논문도 있다. 그러니 화학적 거세는 함부로 적용할 일이 아니다.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문제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효과를 확인한 뒤 시행할 정책이다. 한나라당은 극약처방만 내리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대책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아니다."
-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아동 성폭행 사건을 줄일 수 있겠나."문제는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사후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성폭행 가해자들에게 성폭행이 무엇인지, 왜 성폭행을 하면 안 되는지, 성폭행 피해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건강한 성은 무엇인지, 스스로 갖고 있는 상처나 욕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최대한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교도소 프로그램이 체계화돼 있지 않다. 교정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다. 20~30시간 정도 교육하는데,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수준이다. 권유는 하지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성폭행범들을 구슬려서 교육하는 수준이다. 이 프로그램을 받으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설득한다. 한시적 프로그램이다."
- 외국은 어떤가."캐나다는 수감 내내 프로그램을 계속 돌린다. 성폭력, 분노관리, 의사소통훈련, 약물남용 등 성폭력에 부가적으로 영향을 주는 여러 프로그램을 다 들어야 한다. 교도소에서 출소할 때까지 사회적응단계까지 마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한시적이다. 교도소에는 성폭행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 등등 분류가 다 있다. 특히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은 장기간에 걸친 교정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그런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 영등포교도소의 경우에는 수강명령이 떨어지면 100시간 정도 교육을 받는다. 또 서울 남부보호관찰소도 1주일 단위로 6주~8주간 교육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 교정기관들이 몰아서 한다. 일상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하니 집중력 있게 소화를 못한다."
교정당국은 교정치료에 관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