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권우성
- 강북에서는 대부분 졌지만 '강남 몰표'로 이긴 덕분에 누리꾼들이 '강남시장'이라고 부르던데, 재임 중 '강남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비추어 억울할 법도 하다. 솔직한 심경을 밝힌다면?"이런 얘기가 나올 때, 사실관계를 반영하지 않은 폄하 아니냐는 분석을 우리가 내놓았다. 4년 전에는 강남3구의 득표율이 강금실 후보와 제가 2 : 8이었는데, 지금은 저의 득표율이 6정도로 줄었다. 비강남 지역 중 5개 구에서는 내가 한명숙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8군데는 거의 비슷했고, 전체적으로 봐도 비강남 지역에서 약 40%의 고른 득표를 했다.
이런 산술적인 통계수치로 비교해보면, 굳이 이름을 붙이면 '비강남시장'이 맞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강남에서 더 받든 비강남에서 더 받든 그것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내 나름의 관전 포인트는 비강남지역을 위한 노력과 애정이 정당한 평가를 받느냐였다.
표 분석을 해보니 (서울시민들이) 안 보는 것 같지만 보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재산세 공동과세 도입 등으로 뭔가 빼앗겼다는 곳에서는 기억하고 있고, 수혜를 받은 쪽에서는 기억하지 못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표 분석을 해보니 빼앗긴 곳과 수혜 받은 곳 모두 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있더라. 유권자들은 다 평가하고 있었다는 게 큰 위안거리다."
"여소야대에 뾰족한 수 없다... 대화 또 대화 그리고 인내심이 해법"- 당장 서울시의회의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갈 복안이 있나? 일부에서는 야당과의 협의를 위한 정무라인 강화를 주문하던데 어떤 리더십을 염두에 두고 있나? "정무라인을 강화할 필요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뾰족한 수는 사실 없는 거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무슨 지름길이 있겠나? 꾸준하고 계속된 대화, 또 대화, 그리고 인내심이 해법이지,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 시의회에서 여야가 충돌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건 예측해서 되는 게 아니고, 대화와 설득, 타협이 실패할 때 충돌이 일어나는데, 한나라당 시의원 숫자가 충돌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소수다. 그런 국면이 오면 속수무책이다."
- 당장 서울시의회가 개원과 함께 서울광장 사용조례안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개정하려고 한다. 그동안 서울광장의 사용을 너무 엄격하게 규제해온 것은 아닌가? "그 부분도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아닌가? 그동안 서울시가 (신청단체의) 호불호에 따라 허가해준 것처럼 생각하는데, 실제로 해보면 뾰족한 수가 없다. 먼저 신청한 곳이 결격사유가 없으면 허락이 되는 것이고, 나중에 신청한 곳의 집회가 훨씬 규모가 크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서울시의 허가제가 그 정도 수준의 허가인데, 신고냐 허가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도 사용목적이 관건이다.
지금의 조례는 건전한 여가활동에 부합될 때 사용하도록 하는데, 정치집회를 허가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니 그런 내용도 (조례에) 담길 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의회를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판단은 시민 몫이다. 과거에 비해 문화행사·여가활동보다는 정치적인 집회·시위의 수가 늘어날 터인데 시민들이 그런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길게 보면 바람직한 패턴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디자인서울과 한강르네상스 같은 사업의 예산도 상당 부분 깎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의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 부분이야말로 전화위복이라고 본다. 선거 토론회에서 몇 차례 밝혔지만, 디자인 관련 예산이라는 게 뾰족한 게 없다. 디자인은 도시행정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철학과 원칙의 문제이지, 그것 자체가 어떤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선거 때가 되니까 모든 걸 디자인 사업이다, 삽질이다, 토목이다 딱지를 붙였지만 디자인 사업이라는 것이 서울의 상징과 상징색을 선정하고, 서체를 만들고, 이러이러한 시설물에 대해 통일성을 만들어가자, 이러이러한 시설물은 개성을 돋보이게 만들자는 큰 틀의 시정원칙이다. 그걸 적용함으로써 서울시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걸 처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들었겠지만, 어차피 만들어야 할 시설물을 개성 있게 만드느냐, 통일성 있게 만드느냐, 친환경적으로 만드느냐의 문제였다.
쉽게 말해서 서울은 회색도시, 성냥갑아파트의 도시였다. 이제 겨우 원칙을 정해서 성냥갑 아파트의 인허가를 안 내는 것인데, 이를 두고 겉멋 내기다, 성형수술 한다는 식의 폄하가 과격하게 이뤄졌는데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그런 거다. 시의원들이 막상 깎으려고 보면 깎을 게 없다.
한강르네상스만 해도 그렇다. 한강르네상스의 삽질예산, 토목예산 깎겠다고 벼르는데 그 사업의 본질은 한강과 20여 개의 지천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에 공원이 부족한데 해결하는 방법은 산기슭의 녹지공간이나 수변공간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수변공간을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게 한강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축인데, 막상 의원들이 (시의회에) 들어와서 칼을 들고 딱 보면 이게 생활밀착형 공간이다. 특정 지역 사람만 쓰거나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토론이 이뤄지면 그걸 4대강 사업과 연관해서 깎겠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얘기냐면, 시의원도 구청장도 현실에 발을 디딘 정치인이지, 국회의원이 아니거든요. 당 차원에서 정치적 구호가 나올 수 있어도 생활밀착형 정치인들이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한강르네상스는 대운하와 관련 있다'는 논리의 비약을 펴기가 쉽지 않다.
지금 두 가지 예를 들었는데, 현실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이득을 토대로 토론하다보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다."
"내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