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근 '2012년 미선·효순 추모비 건립위원회' 집행위원장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분향소 주위에는 사진전과 함께 '미선·효순 추모비'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됐다. 그곳에서 '2012 미선·효순 추모비 건립위원회(이하 추모비 건립위) 집행위원장'인 심우근 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미선이와 효순이의 두 언니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선생님이었던 그는 이날 아침 파주에서 열린 추모제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당시 고2였던 미순이와 효선이 둘 다 지금은 직장인이 되었으리라고 말했다. 심 교사는 "장갑차 운전병들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을 때, 의정부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을 하기도 했었다"며 8년 전을 회상했다.
심 교사는 "2002년 6월에도 월드컵이 있었고 지방선거가 있었고,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 세 가지가 겹치는 해"라고 말했다. 이어 "미선이와 효순이가 죽은 날이 지방선거일이었다"며 "만약 그날이 쉬는 날이 아니었다면 게네들이 친구 생일잔치에도 안 갔을 텐데"라며 탄식했다.
심 교사는 "그때도 지방선거 당일 뉴스에 묻혔어", "그때도 월드컵 분위기에 휩쓸려 가지고"라며 6.2 지방선거 후폭풍에 월드컵 열기까지 더해져 두 소녀의 죽음이 잊히는 것에 대해 거듭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심 교사의 말처럼 이날 언론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에 쏠려 있었다. 8년 전 그때처럼.
"미군이 세운 추모비는 '피묻은 비석'"
'추모비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심 교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현재 사고현장인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 세워진 비석을 "피묻은 비석"이라고 표현했다. 사고를 낸 의정부 미 2사단이 세운 추모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2002년 6월 13일, 불의의 사고로 열다섯 꿈 많은 나이에 생을 접은 신효순과 심미선. 모든 이들의 가슴에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 준 그대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하며 용서와 추모의 뜻을 모아 이 추모비를 세우고 추모시를 바칩니다. 고운 넋 편히 잠드소서." - 2002년 9월 21일 미 2사단 일동심 교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이어갔다.
"비석에 보면 '용서의 추모의 뜻을 모아', '미2사단 일동'이라고 써놨다. 미2사단 일동이 잘못했다고 한다면 당연히 벌을 받는 인간도 있어야 한다. 추모비 세우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추모비를 세운 후에 이 비문에 쓰여진 대로 행동을 했다면, 재발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노력을 하고 중대장을 비롯해서 운전병과 관제병에게 합당한 처벌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안 했다. 이 비석은 거짓과 위선을 상징하는 비석이 되어버렸다."심 교사는 미군이 세운 비석을 "부도수표"라고 표현했다. 법적으로도 사죄를 했다면 '사죄의 비석'이 되었을 텐데 '부도'가 났다는 거다. 그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한 게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 정부가 준 '과제'때문에 모금운동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