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은 평균 4000~8000만원의 치료비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고액 중증 질환이다. 사진은 한 백혈병 환자의 치료 명세서.
한국백혈병환우회
그러나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 사이 융자금과 대출금을 납입하지 못하자 결국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다. 당연히 살던 아파트에서도 쫓겨났다.
그는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짜리 비가 줄줄 새는 집에서 삶을 연명하다가 2000만 원만 있으면 받을 수 있었던 골수이식을 받지 못하고 끝내 지난 2009년 하늘나라로 갔다. 아들과 형을 살려보겠다고 카드 대출까지 받았던 그의 부모와 동생 두 명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고액의 백혈병 치료비는 한명흠씨 가정 전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려 버렸다. 한명흠씨는 고액의 치료비 때문에 1년 만에 중산층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계층하락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정부로부터 매월 1인당 평균 27만 원의 생계급여를 받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를 면제받는 의료급여 혜택도 받는다. 보건소에서는 년간 100만 원씩 의료비 지원 혜택도 받는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생계급여, 의료급여, 치료비 지원 혜택 등을 받는다 하더라도 연간 4000만~8000만 원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는 없다.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하거나 민간복지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최고 2000만 원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백혈병에 걸리면 한명흠씨처럼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산층의 경우에는 적금을 깨거나 집을 팔아서라도 어떻게든 백혈병 치료는 받겠지만 고액의 치료비로 가계는 파탄 나고 차상위계층이나 최하층의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다.
백혈병 완치 가능하지만 문제는 '돈'지난 5월 통계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2500명이 신규로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예전에는 백혈병이 불치병이었지만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항암치료 또는 골수이식만 잘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이처럼 치료 성적은 좋아졌지만 문제는 치료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백혈병 환자는 항암치료와 골수이식 비용으로 연간 4000만~8000만 원이 필요하고 재발해서 재이식을 받게 되면 치료비는 억 단위로 넘어간다. 치료비 이외에도 투병과 간병으로 환자와 환자가족은 직장을 퇴직하거나 휴직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비도 고스란히 부채가 된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의 연구에 의하면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암 환자 1인당 평균 치료비는 2975만 원에 이르고 그 중 '백혈병'의 경제적 부담이 6700만 원으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 간암 6623만 원, 췌장암 6372만 원, 뇌 및 중추신경계암 5295만 원, 다발성골수증 4716만 원 등의 순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