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양파 금년 마늘과 양파 농사의 수확물이다. 아내의 말로는 마늘은 4접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홍광석
그러나 비록 알은 잘더라도 내가 길렀다는 자부심으로 보충하면 되고, 거기에 단단하고 야무진 까닭에 저장성이 좋은 점까지 더하면 결코 손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마늘과 양파는 하우스 안에 건조중이다. 어제(금요일)는 토요일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완두콩을 거두어들였다. 밭에서 거두어들인다고 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콩깍지를 벗겨내야 비로소 밥에 놓아먹을 수 있는 콩이 되는데 그 일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텃밭 농사를 하면서 경험적으로 체득한 사실인데 농사란 결코 힘자랑해서도 안 되고,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쇠스랑이나 괭이로 밭을 엎을 때도 누군가 시킨 일을 '억지로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처럼' 하늘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해야 한다. 비록 시간이 많이 들지만 몸에 무리가 되지 않아서 좋다.
또 텃밭 농사로 돈을 벌겠다고 바등거리는 일도 무망한 노릇임을 알아야 한다. 아마 돈으로 셈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 따지지 않고 시장에서 사먹는 편이 가장 싸게 먹힐 것이다. 무릇 일과 놀이 거기에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는 생각으로 또 꽃과 나무와 더불어 산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그러나 작물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텃밭 농사에도 몇 가지 금도를 정해놓고 실천하는 중이다. 너무 각박하게 하루 이틀을 따지는 일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시간과 타협하여 늦추지 않으려 한다. 작물에 따라 씨앗을 뿌리는 시기가 다른데 그 시기를 놓치면 게으른 농부라는 딱지를 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 해 농사는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풀과 타협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여름철 풀을 아주 없애겠다고 작정한다면 사람이 먼저 쓰러질 것이다. 때문에 풀과 공생한다는 생각으로 양보하려 한다.
철을 모르는 날씨는 더러 재앙이 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가능한 미리 대비하거나, 당한 후에는 쉬 포기하는 편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는 것은 사람의 몸만 축낼 수 있기 때문에 삼가 할 일이다.
노동력을 고려한 적당한 양의 면적,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작물의 선정, 시기를 놓치지 않은 부지런함, 여유로운 마음은 텃밭 농사의 기본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