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에 열린 과실을 이상국씨가 종이로 감싸고 있다. 부인과 단 둘이 일하지만 최근 농사지을 맛이 난다고 하는 그다.
최지용
그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재보궐 선거를 이야기했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이 다시 심판받을 것이란 경고였다. 이씨의 표정과 말투에는 당당함이 넘쳤다.
이씨가 괜히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4대강 사업과 선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우리는 지난달 9일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는 구면이다. 당시 김씨는 4대강 사업으로 자신의 복숭아밭을 잃을 운명이었다. 그의 밭을 포함해 영죽리 일대 농지가 4대강 사업 남한강 7공구 '중원지구'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한 달 전, 그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종종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이란 말을 반복했다. 그는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었다.
한 달 만에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의 복숭아밭은 여전히 4대강 사업 공사 부지에 포함돼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 달라진 건 단 하나, 6.2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 반대'를 전면에 내건 야당이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선거 결과가 농부 이씨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듯했다.
"선거 전에는 토지가 강제수용 될까 봐 걱정돼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년에 농사를 못 지을 수도 있는데, 일이 되겠나. 하지만 요즘은 마음이 조금 놓이고 농사지을 맛이 난다. 내년에 거름으로 쓰려고 한약재 찌꺼기도 발효시키고 있다."
이어 이씨는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가 일단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면 4대강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4대강 사업이 완전히 취소될 수는 없어도 땅 주인의 권리는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바뀔 지방정부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의 밭 주변에는 농민들의 마음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살고 싶다, 농민 생존권 보장하라!" "농지 주인 동의 없는 4대강 사업 중단하라!" 이씨와 마을 농민들은 지난 2일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투표소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내건 현수막 내용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 염원을 갖고 한 표를 행사했다. 정부가 주민들이 30년 이상 농사를 지어온 남한강변의 '옥토'에 자전거 도로를 깔고 축구장과 족구장을 조성하겠다고 하는데 투표를 안 할 수 없었다.
충청북도와 충주시는 이번 선거에서 모두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민선 1, 2, 3기 충주시장 출신으로 충주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우건도 충주시장 당선자는 충주시 부시장 출신으로 현직 시장인 김호복 한나라당 후보를 따돌렸다.
그의 기대처럼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이 당선자는 지난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를 쌓아 강물을 막는 것과 준설을 반대한다"며 "4대강 사업이 치수를 위한 지류정비 쪽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지사는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수 없다. 하지만 준설토 적치장 인허가권과 공사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 단속을 통해 얼마든지 공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너무 자기 마음대로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