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정원수 선생과 가수 진선미 씨실버TV 트로트만만세 사회를 맡은 분들이세요. 진선미 씨는 우리 구미 지역 출신 가수이기도 하답니다. 공연을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무척 반갑더군요.
손현희
남편은 학창시절부터 악기 연주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지요. 한때는 그룹사운드도 하고, 연주인으로서 밥벌이까지 했던 사람이니, 그 실력만큼은 뒤지지 않는 답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말이지요. 밥벌이에서 손을 놓은 뒤로도 기타나 전자오르간 만큼은 지금까지 날마다 연주를 하고 살았으니, 음악 감각은 잃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트롬본 파트로 제안을 받다니요? 그것도 우리가 늘 연주인으로 우러르는 선생님 악단에 들어오라고 하시니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제안을 받은 뒤로 곧바로 서둘러서 악기를 마련하여 그날부터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모습이 무척 남다릅니다. 퍽 진지하고 모든 열정을 다 쏟는 듯했어요. 오르간이나 기타, 드럼을 칠 때는 워낙 익숙해서 그런지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도 멋진 연주를 해내는 걸 많이 봐 왔는데, 이 트롬본은 학창시절 뒤로는 손을 놓고 살았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였어요. 하다못해 소리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포지션을 익히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더군요.
난 연주를 하는 남편의 열정을 믿고 있었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워낙 집념이 강한 사람이라 한 번 한다고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을 알기에 말이지요. 더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니 왜 안 그러겠어요. 그 옛날, 새로운 악기를 익힐 때면, 적어도 석 달 동안은 잠자는 시간 줄이고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오로지 악기에만 매달려서 온종일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늦도록 연습하다가 새벽이 밝아오면 이젠 더 연습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나곤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만큼 악기 하나에 온 마음을 쏟고 그런 열정으로 지금처럼 연주할 수 있는 솜씨를 익혔다는 걸 잘 알기에 이번에도 반드시 해내리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였어요. 벌써 공연이 두 건이나 잡혀있다고 하더군요. 아직은 서툰 악기인데다가 자칫하면 선생님 악단에 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서 애를 많이 쓰는 모습을 보니, 곁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난 그저 꾸준히 격려하면서,
"자기는 잘 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른 악기 다루듯이 그렇게 해요."하지만, 나팔의 특성이 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연습하기도 만만치 않았어요. 문틈마다 문풍지를 붙이고 이불까지 겹겹이 쳐놓고 그렇게 연습을 했답니다. 날마다 조금씩 좋아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희망이 보이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