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참 강열하다.
레디앙
당원은 아니지만 평소 노회찬씨의 행보를 관심 있게 보아왔던 나는 서울시장 출마선언 때부터 지지를 선언했다(서울시민이 아니라 무척 아쉬웠다). 선거후, 공약집 <노회찬의 약속>을 보고 꿈을 꾸게 되었다. 실현가능한 꿈을 보게 되었다. '가능성'이 넘지 못하는 '현실'의 두터운 벽이 원망스러웠다.
좋다. 문제는 그런 정책을 실현할 대표자가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내용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1%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회다.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믿는다. 가진자가 자기의 세력을 공고히하고 나머지를 견제하기 쉬운 시스템,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허황된 꿈속에서 허우적대다 밥 굶는 지경의 가난함으로 떨어지는 것도 쉬운 곳이 대한민국이다. 일단 떨어지면 다시 일어서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의 늪으로 빠진다.
복지를 이야기할 수 없다. 나눔과 연대, 좌파, 빨갱이, 사회주의는 위험하다고 경계한다. 정작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그곳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정작 그곳의 가치는 지금 현실에서 가장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 사는 세상'에 있다. 이루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힘 있는 사람'을 대변하는 현재의 권력구조로는 도무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육아를 위한 '아동수당'을 지금하고 의료비를 지원하며 산후조리서비스를 시에서 제공하는 일. 국공립 어린이집수를 늘리고 직장어린이집 설치시 시가 절반을 부담하는 일. 준비물 없는 학교. 공공 생활공간 실내공기질 개선하기 등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도시를 지향한다.
일만 하는 도시가 아니라 쉼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하고, 모범기업을 선정해 휴가비를 지원하고 환경미화 노동자에게 샤워시설을 제공하고 판매노동자에게 의자를 지원하고 청소 노동자의 식사와 휴식을 위한 휴게 공간제공 등 기업이 나서서 하지 않는 일들을 시가 총대매고 시행하겠단다. 악기 하나씩 다룰 수 있는 시민으로 지원하고 동네 도서관을 지어 마을마다 편안하게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는 문화공간을 확대한다.
공공임대주택 10만호 공급. 소득에 따른 반값전세주택, 보건소 확대 설치, 노인 주치의제도, 뉴타운 전면 재검토 등의 주거문화의 질 높이기 사업.
한강을 그 옛날 여름휴가를 즐기던 곳으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한다. 수중보를 제거하고 습지와 백사장을 복원한다. 빗물을 받아서 재활용하고, 2020년까지 탄소배출감축과 재생에너지 비율 10% 달성.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전환 버스와 공공차량에 이용. 태양광 발전설비 지원해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 대중교통정기권 재도입으로 교통비 부담 줄이기. 서울 도심 트램 도입하여 친환경 녹색교통을 확충. 차량 진입 제한할 주차장 축소와 대중교통지원확대.
저상버스를 확대하고 장애인 콜택시를 늘려서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노숙인 쉼터 확대, 여성 고위공무원30%, 반차별 조례 제정,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포하여 공론화하여 시민과 소통한다.
제대로 된 공약으로 싸우는 선거는 언제쯤일까이런 공약들이 정말 실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값등록금을 약속한 대통령은 등록금이 싸지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로 믿었던 지지자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기나 하고 있는 요즈음, 공약의 실천가능성과 실행의지의 진실성이 중요하다.
위와 같은 정책공약은 정책집행자와 입안자의 손발만 맞으면 충분히 지금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예산 주머니로 실행가능한 일이다.
시정 홍보를 위한 돈을 쓰지 않고 한강 르네상스 예산을 없애고, 디자인서울의 예산을 약자를 위한 복지와 사회적일자리 확충에 쓰는 것이 훨씬 낫다. 으리으리하고 비까번쩍한 외관보다 내실이 좋아야 대다수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 아니겠는가.
같은 예산을 어디에 좀더 비중을 두어 쓰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복지의 수준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진보적 일꾼을 인정하는 것이 아직 우리의 시민들이 가진 의식과 가치로는 힘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