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훔쳐 돈 빼낸 뒤 다시 통장 갖다놔도 절도죄

대법 "불법영득 의사 인정돼 절도죄 성립"… 무죄 원심 파기환송

등록 2010.06.11 15:03수정 2010.06.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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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을 우려해 회사 통장을 몰래 빼내 돈을 인출한 다음 통장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더라도 '절도죄'가 성립할까?

1심은 절도죄를 인정한 반면 항소심은 절도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이 최종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건설회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K(51)씨는 회사의 재정상태가 열악해 월급을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2007년 12월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책상 서랍에 있던 회사 명의의 통장을 몰래 가지고 나와 은행에서 예금 1000만 원을 인출한 후 통장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K씨는 2007년 12월 회사 사무실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회사법인 도장을 찍어 예금청구서를 위조한 다음 은행 직원에게 제시해 딸의 통장으로 1억 8000만 원을 송금하게 하는 등 2회에 걸쳐 1억 9000만 원을 송금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인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김익환 판사는 지난해 5월 K씨의 절도,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인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영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K씨의 혐의 중 회사 통장에서 1000만 원을 빼낸 뒤 통장을 제자리에 갖다놓은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절도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사 명의의 통장을 가지고 나와 예금 1000만 원을 인출한 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은 점 등을 고려하면 통장을 일시 사용하고 곧 반환한 이상 피고인에게 통장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K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절도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타인의 재물을 점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 사용하는 경우, 그 사용으로 인해 재물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됐다면 소유권을 침해할 의사가 있다고 봐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이 회사 통장을 무단 사용해 1000만 원을 인출함으로써 통장 자체가 가지는 예금액 증명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한 정도로 소모됐다"며 "피고인이 인출 후 바로 통장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돼 절도죄가 성립되고, 자신의 월급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통장을 무단 사용하게 됐다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부정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는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절도죄 #불법영득의사 #예금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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