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전교조 지키기를 위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유성호
지난 5월 검찰은 전교조 교사 183명과 전공노 공무원 89명 등 272명에 대해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을 전원 파면 해임 등 중징계하겠다고 발표했고 곧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와 교과부는 이들이 정당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직 배제, 형사 처벌과 파면 해임 등 배제 징계가 당연하다며 판례도 이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 등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이들이 주장한 것처럼 교사나 공무원이 특정 정당 가입으로 형사 처벌 받은 사례나,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법원 판례는 찾기 어려웠다. 또 정당 가입만으로 파면 해임 등 공직에서 배제하는 징계를 당한 판례도 찾기 어려웠다.
단순 정당 가입으로 해임된 공무원 판례, 어디에?교과부와 행안부는 2000년 4월 해임된 전 노동부 공무원 공아무개씨의 판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공씨의 판결문과 징계 사유 등을 종합한 결과, 그는 단순 정당 가입이 아닌 정당의 간부인 대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근무 중에 출장을 내고 공무와 상관없는 정치집회에 참석한 것 등이 징계 참작 사유로 인정되어 해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사례인 공무원 김아무개씨 역시 해임사유가 단순 정당 가입이 아니라 정당의 대의원에 출마해 당선된 후 근무 중 집회와 유인물 배포 등의 집단행동을 한 것이 징계 사유로 인정됐고, 이전 공무원 총파업에 참가해 정직 징계를 받은 것 등으로 해임됐다(김씨는 서울 강북구청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남은 음식물을 조리해 먹인 일명 '꿀꿀이죽'을 고발했고 때문에 보복 징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관련해 해임된 것은 위의 두 가지 사례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두 건은 정당에 평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해임된 게 아니다. 정당 간부인 대의원 출마와 활동, 그리고 집단행동 등 다른 징계사유가 복합적으로 인정되어 해임된 것이다. 즉, 교과부와 행안부의 주장처럼 "공무원은 정당 가입만으로 해임"이라는 판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사례1] 노동부 공무원 공씨 해임 사건 2005년 4월 노동부 공무원 공아무개씨가 정치활동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이후 법원(서울행정법원 2005구합29280, 서울고등법원 2006누20794)도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처럼 공씨는 당원 가입으로 해임된 게 아니었다. 판결문은 공씨의 징계 사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원고가 2001. 12.경 ◯◯당에 가입하여 2002.1.부터 2004.12.까지 매월 10,000원씩의 당비를 납부하고, 2004.5 대의원선거에 입후보하여 당선됨으로써 국가공무원 제65조 제1항을 위반하였고, 과거 2002.11 근무시간 중 직무수행을 목적으로 출장결재를 받고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사실 등을 징계양정으로 참작하여 원고를 해임하였다."단순 정당 가입이 아니라 "정당 가입과 대의원 출마 당선, 근무 중 허위 결재 후 정치집회 참가"로 적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징계 사유에 대한 판단도 살펴보자.
"원고가 ◯◯당의 당원 또는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여 매월 10,000원씩 당비 내지 후원금을 납부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의 가입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기타 정치단체의 가입에 해당하여 정치운동금지의무위반이라는 원고의 징계사유는 존재한다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징계 양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자.
"어느 공무원보다도 업무 집행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하게 요구된다 할 것임에도 ◯◯당의 당원 내지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여 대의원까지 출마하여 당선된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서 그 비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할 것이다. 출장 명령을 허위로 받아 근무시간에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징계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는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위 판단을 종합할 때, 단순 정당 가입이 아니라 정당 또는 후원회 가입, 대의원 출마, 허위 출장에 의한 근무지 이탈과 정치집회 참석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사례2] 서울 강북구청 김씨 해임 사건2005년 서울 강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명 '꿀꿀이죽'을 어린이들에게 급식으로 사용했다며 4명의 교사들이 양심선언을 했다. 이에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또 강북구청장은 어린이집 학부모대책위원회에 도움을 줬다며 직원 3명을 직위해제했다. 이때 직위해제된 3명의 공무원 중 한 명이 바로 해임된 김아무개씨다.
김씨는 이 사건과 관련 근무시간 중 금품 모집, 기자회견 참가, 유인물 배포, 서울시 교육행사 방해 등 수차례 집단행동과 정당 가입, 대의원 출마 및 당선 후 활동 등이 징계 사유로 인정돼 해임당했다. 나머지 두 명은 정직 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당시에도 꿀꿀이죽 사건 폭로에 대한 보복 징계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법원은 해임 징계가 정당하다며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모금행위, 유인물 배포 등 집단행위를 하였는 바, 이는 지방공무원으로서 중대한 비위 행위임과 동시에 그 자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라는 점, 원고가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특정 정당에 가입하고, 나아가 정당 대의원으로 선출된 후 적극적으로 정당 활동에까지 참여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이고 이 사건 해임 이전에도 공무원 총파업에 연루되어 정직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의 제반 상황을 종합"(서울행정법원 2006구합8815. 서울고등법원 2006누20664)노동부 공씨와 마찬가지로 강북구청 김씨의 징계 역시 정당 가입만을 이유로 해임된 것이 아니라 근무 중 집단행위, 정당 가입, 대의원 출마 후 당선, 정당 총회 참석 등 활동 등이 징계 사유로 모두 인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 공무원 총파업 참가 등의 이유로 정직을 받은 것이 참작 사유로 인정돼 해임 징계를 받은 것이다.
교과부-행안부 '대의원 활동과 집단 행동 등' 의도적 누락시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