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보다 민노당과 경쟁이 더 힘들었다"

[인터뷰] '재선 성공'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 거제2선거구

등록 2010.06.10 15:31수정 2010.06.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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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야권후보단일화 바람이 불었지만, '노동자 도시' 경남 거제는 예외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막판까지 후보단일화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진보진영의 시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모두 출마해 겨룬 것이다. 김해연(43) 경남도의원 당선인(거제2)은 진보신당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를 모두 물리친 것이다.

 

 김해연 경남도의원.
김해연 경남도의원.윤성효
김해연 경남도의원. ⓒ 윤성효

김해연 당선인은 47.93%를 얻어 한나라당 김병원 후보(38.24%)와 민주노동당 반민규 후보(13.82%)를 눌렀다. 거제지역에서는 3명의 광역의원을 선출했는데 나머지 2명은 한나라당(김일곤, 김선기)이 차지했다. 13명(지역구)을 뽑은 거제시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8명, 진보신당 3명, 무소속 2명이 당선했다.

 

거제시장 선거에선 한나라당 권민호 후보가 35.72%를 얻어 당선했다.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 17.87%, 민주노동당 이세종 후보 16.85%, 무소속 유승화 후보 19.17%, 무소속 이태재 후보가 10.36%를 각각 얻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34.72%인데, 권 당선인보다 뒤지지만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해볼 만했다는 분석도 있다.

 

경상남도지사 선거에서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거제에서만 56.19%를 얻어 43.8%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거제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를 선택했다. 99개 시민단체로부터 '좋은 교육감'으로 추천된 박종훈 후보가 23.14%를 얻었고, 이번에 당선된 고영진 후보는 21.49%, 현직인 권정호 후보는 20.86%를 얻는 데 그쳤다.

 

두 차례 거제시의원을 지내고 2006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해 경남도의원에 당선되었던 그는 2008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있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신당에 입당했다.

 

김해연 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 후보끼리 경쟁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조그마한 차이를 극복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통합하기 위해서는 기득권 주장보다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바로 통합하는 건 어렵지만 정책노선이 같다면 느슨한 연합 형태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당선인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또 김 도의원은 "경남의 현안들이 어느 것 하나라도 속 시원하게 풀린 게 없다"면서 "김두관 당선인이 도민들의 입장에서 중앙정치권의 눈치 볼 것 없이 소신을 갖고 하다보면 도민들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9일 저녁 김해연 도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소감은?

"개인적으로 보면 조건이 좋지 않았다. 농촌지역이 많았다. 민주노동당 후보와도 겨뤄야 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선택해준 데 감사한다. 앞으로 거제에서 할 일이 많고 올해 거가대교(부산~거제) 개통을 앞두고 있어 변화도 예상되는데, 많은 책임을 느낀다. 지금까지 거제는 경남의 끝자락으로 인식되었는데 이제는 부산과 인접한 관문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 도의원 재선에 성공한 것인데?

"경남도의회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도정을 견제, 감시하는 기능이 강했다면,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인이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것 같고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도 할 것이다."

 

-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일은?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쟁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다른 지역에서는 진보 후보들이 단일화를 했지만 거제에서는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선거를 치러야 했다. 정치적으로 같은 길을 가면서 정당의 차이로 경쟁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차라리 한나라당 후보와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진보 정당 후보끼리 경쟁하다 보니 부담이 컸다."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은 거제2선거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가 모두 출마한 가운데 당선되었다.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은 거제2선거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가 모두 출마한 가운데 당선되었다.자료사진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은 거제2선거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가 모두 출마한 가운데 당선되었다. ⓒ 자료사진

- 거제에서는 야권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거제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다.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선거를 하게 되었고, 진보진영 두 후보가 열심히 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당선은 못했지만. 진보진영 자체가 분열되다보니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선거운동도 분산되고, 그것 때문에 서로 신나게 하지 못했다. 유권자들도 왜 단일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그마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보수진영은 주로 이해관계에 따라 단일화가 되는데, 진보진영은 그렇지 않았다. 단일화를 수용하지 못하다 보니 진보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본다. 세계 흐름이나 민심을 빨리 읽고 대처하는 게 또 하나의 진보운동이다. 사전 준비 단계부터 중요하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단일화를 하려고 하니까 잘되지 않았다. 막판에 하려고 했더니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여러 사람의 공감대 속에 사전에 준비하고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대책은?

"부산이라는 대규모 경제권과 거제가 연결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제는 외딴 섬처럼 여겨졌다. 다리가 개통되면 부산과 경남을 잇는 중간 정도 역할을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산에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거제는 조선산업으로 획일화돼 있었는데, 대안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거제가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이냐는 문제인데, 앞으로는 물류산업이 중요할 것 같다."

 

- 사람들은 관광산업을 많이 이야기하던데?

"지금까지 거제의 관광산업은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몇 가지 요인을 분석해 볼 수 있다. 한 계절에 집중해 있고, 소비 없는 관광, 주민 참여 없는 관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설과 체계, 시스템이 구비되어야 한다. 가령 바가지 요금을 근절할 수 있는 캠페인도 필요하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제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한나라당은 평년작을 했고, 민주노동당은 정체되었으며, 진보신당은 신승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정당의 의미도 있지만, 진보정당 소속 지방의원이 당선된 것은 대부분 현역 의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당보다 개인 역량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김두관 후보와 박종훈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는데, 그렇게 보면 거제시민들은 개혁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진보진영이 시장선거 등에 있어 이런 분위기를 한데 묶어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

 

- 한나라당 권민호 거제시장 당선인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친하다. 의정 활동도 같이한 적이 있다. 장단점이 있다. 권 당선인이 극복할 과제는 화합의 지도력이다. 시민사회가 갈라져 있는데 화합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장점일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본다."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자료사진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 자료사진

- 이전에는 경남도의회도 한나라당 일색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구도가 달라졌다. 전체 54명 정원 중에 한나라당 38석, 민주당 3석, 민주노동당 5석, 진보신당 2석, 국민참여당 1석, 무소속 5석이다. 이런 도의회 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도지사부터 도의회까지 일당독재라 보니 도민들이 염증을 느꼈다고 본다. 일당독재 속에서는 정책도 사람도 변하지 않는다. 변화를 갈구하는 도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제 도의회도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다양한 도민들의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 변화의 기대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모두 욕을 듣게 될 것이다."

 

-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인과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김두관 당선인은 오뚝이다. 소신과 뚝심으로 일해온 인물이다. 남해군수 할 때 보면 화합의 리더십을 보였다. 그게 장점이다. 정치적인 반대 세력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자세를 보여온 것으로 안다. 대개 사람이 바뀌다 보면 한꺼번에 정책을 바꿔보려고 하는데,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남해안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경남은 특별히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도권 경제권에 대항하는 남부경제권을 체계적으로 구체화해 나가지 못했다. 지금이 시발점이다. 경남도에 주어진 과제가 많다. 토지주택공사 본사의 진주혁신도시 이전과 남강댐 물의 부산공급 문제, 부산항신항(진해항) 관할권 문제, 신공항 문제 등이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린 게 없다. 도민들의 입장에서 중앙정치권의 눈치 볼 것이 소신을 갖고 하다보면 도민들도 적극 지지할 것이라 본다."

 

- 선거 이후 진보정당 통합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고민들은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것이다. 조그마한 차이를 극복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통합하기 위해서는 기득권 주장보다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통합하는 건 어렵지만 정책 노선이 같다면 느슨한 연합 형태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

 

- 상대였던 민주노동당 반민규 후보와 선거 이후 만난 적은 있는지?

"아직 만나지는 못했고 전화 통화는 했다. 서로 고생했다고 했다."

2010.06.10 15:31ⓒ 2010 OhmyNews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 #거제시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인 #지방선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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