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스폰서'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인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성낙인 위원장)는 9일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비롯한 검사 10명에 대해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징계를 권고했다. 10명 외에 비리혐의가 확인된 35명에 대해서는 인사조치 및 엄중경고를 할 것을 김 총장에게 권고했다.
진상규명위는 '스폰서 검사' 사건을 폭로한 정아무개씨가 검사들에게 여러 차례 식사와 술 접대를 한 것, 한승철 전 감찰부장에게 100만 원을 제공한 것, 부산지검 모 부장검사에게 성접대를 한 사실 등은 인정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모든 접대가 친분에 의한 것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사법조치 권고는 없었다. 성접대에 대한 것만 형사 조치 의사를 표현했을 뿐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계권고가 전부였다.
진상조사위의 이 같은 조사결과 발표에 "철저한 진상규명도, 처벌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친해서 접대한 것일 뿐 대가성은 없어"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순서가 되자, 검찰 측은 방송사 카메라 기자와 사진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녹음도 하지 못하게 했다. 특히 조사결과 발표 때 불참했던 이성윤 조사팀장 등 검찰 측 진상조사단 2명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조사결과 발표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질의응답의 초점은 정씨 접대의 '대가성' 여부에 맞춰졌다. 조사단이 향응 접대를 '대가성 없음'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 부산지검 부장검사 A씨의 사례다. A씨는 정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정씨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지휘검사에게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하니 기록을 잘 살펴 달라'는 전화를 했다. 부탁 전화를 하기 넉 달 전인 2009년 3월 A씨와 정씨는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정씨의 접대로 진행된 식사였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A씨에게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결정만을 내렸다.
한 기자는 "청탁 이전에 접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접대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 봐달라고 하면 알선 수뢰까지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검사윤리강령 위반 정도로 의견을 낸 것은 징계 수위가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한 내용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이라며 "정씨, A씨 모두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이어 "접대를 받은 시점과 부탁 전화를 한 시점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대가성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친하면 뭐든지 되는 거냐"는 비아냥이 기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정씨 진술 오락가락해 일관성 떨어져"... 그러면 곽영욱은?진상규명위는 한승철 전 감찰부장이 정씨로부터 100만 원을 받은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씨가 50만 원의 휴가비를 한 전 감찰부장에게 제공했다고 진술한 부분은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상규명위는 "정씨가 휴가비를 건넨 장소에 대해 회식 후 배웅하면서 대로변에서 주었는지, 택시 안에서 주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의 일관성과 명확성이 떨어진다"며 수수 혐의 불인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직접 주었다고 했다가, 의자에 놓고 갔다고 하는 등 진술을 계속 번복한 곽영욱 사건(한명숙 전 총리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로 기소됨)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와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가 다르다"며 일침을 놓았다.
이에 진상규명위는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에서 어느 진술을 믿느냐는 것은 수사하는 사람들의 감"이라며 "수사하는 사람들이 믿는 대로 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관례상) 선배 검사가 먼저 나가는 것을 보고 후배 검사가 (자리를) 떠나는데, 후배 검사가 보는 앞에서 (정씨가 한 전 감찰부장에게) 돈을 줬겠느냐는 점도 고려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검찰의 '감'에 의해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서 곽씨의 진술은 결정적 근거가 되었고, 한 전 감찰부장의 금품수수 혐의 조사에서 정씨의 진술은 부정확한 근거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