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기보법의 역사-소리가 기호로> 표지사진.
도서출판 이앤비플러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기보법은 음악을 가시적으로 표기하는 방법을 말한다. 거칠게 말해 '악보를 기록하는 방법'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장 이브 보쇠르'라는 외국인 교수가 지은 <음악기보법의 역사-소리가 기호로>는 초기 형태의 기보법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악 기보법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상세하게 다룬다.
하지만 이 책은 음악 기보법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듯하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과거의 악보를 해독하기 위한 기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 책은 기보법이라는 창을 통해 음악에 대한 인류의 사고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완전한 악보란 없다악보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었던 첫 번째 통념은 이랬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보법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악보가 가장 발전된 형태의 악보가 아닐까 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보법이 모든 음악 언어에 가장 잘 맞는 기호 시스템이라는 착각을 버리라고 주문한다. 서양의 기보법은 음의 높이와 길이를 우선적으로 결정하는 음악적 개념에 맞추어진 것이며, 이런 기보법으로는 음색이나 강세, 공간까지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모든 음악에 일반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은, 분석과 사상의 유일한 체계를 강요하려는 의지를 말한다"며 완전한 형태의 기보법은 허구라고 못박는다.
이러한 사실은, 20세기 후반 들어 작곡가들이 다양한 형태의 기보법을 개별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가장 정확하다고 여겨지는 기보법에서부터 소리에 대한 최소한의 반응이라 할 정도로 가장 유연한 기보법에 이르기까지, 같은 시대에 사용되는 기보 시스템들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컸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 두 극단 사이에도 수많은 시스템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