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수 할머니(83세)"우리는 살만 하우! 받으시오. 어렵지 않소. 살만 하우! 고려인이오. 고려인!" 송인수 할머니가 우즈베키스탄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달라면서 웃고 있다.
김형효
할머니는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할머니는 아직도 한국말을 곧잘 하셨다. 할머니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더듬으며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된 경로를 일러주셨다. 하얼빈, 블라디보스톡,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우크라이나 라즈돌로느이까지 어쩌면 할머니의 80평생을 간략하게 설명한 지도 같은 것이 되어버린 삶의 흔적이다.
할머니는 지금 아들 송알레그(52)씨와 그의 부인 타냐(50, 벨라루스) 여성 사이에 손자와 함께 에빠토리야 인근의 라즈돌로노이라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 아들인 송알레그씨는 의사이며 지역에서도 알려진 유지라고 그와 친구라는 김보바씨가 전한다.
할머니의 모습을 담으려는데 할머니께서 더 적극적이시다. 머나먼 고국에서 왔다는 소식에 참으로 반가워하신다. 알아야 반가운 것이구나? 낯선 곳에서 익숙하게 반겨주는 분들은 한결같이 한국을 그래도 아는 사람이다. 동족의 피가 더 뜨거운 것도 조국과 세월의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같은 동족이라도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진을 몇 장 찍어드렸더니 우즈베키스탄 전통의상을 입고 올테니 또 찍어줄 거냐고 묻는다. 그렇게 하겠다고 응하고 나서 다시 한복은 없구나? 나홀로 물음없이 답했다.
할머니는 벨라루스 출신 며느리가 끓여준 커피를 마시고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필자에게 거금 100그리브나(한화 14000원 정도)를 손에 쥐어주신다.
"우리는 살만 하우! 받으시오. 어렵지 않소. 살만 하우! 고려인이오. 고려인!" 송인수(83) 할머니 말씀이다. 고려인이오. 고려인이라고 말씀하신 뜻은 우리 문화가 그렇다는 말씀으로 들었다. 오래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눈물이 핑돌았다. 문밖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시는 할머니와의 헤어짐이 아쉽다. 곧 한 번 찾아뵐 생각이다. 이번에는 한복을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어드릴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한복을 한 벌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