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다리야 강관개사업으로 메말라버린 아무다리야 강
김준희
4대강 사업을 바라보고 아랄해를 떠올리며 같은 생각을 한다. 인터넷에서 4대강 공사현장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갈대밭이 사라지고 그 위를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한다. 잘 흐르고 있는 강의 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쌓는 자연파괴가 이미 시작됐다.
구소련 시절의 관개사업과 4대강 사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한 가지 있다. 멀쩡하게 흐르는 강줄기를 인간이 막거나 변화시키면 그 결과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우리의 후손들이 그대로 떠맡아야 한다. 수로공사를 단행하고 40년 후에 우즈베키스탄의 주민들이 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개인적으로도 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하게 온 몸으로 깨달은 적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우즈베키스탄을 도보로 여행했을 때였다.
우즈베키스탄은 물이 흔하지 않은 나라다. 타쉬켄트, 사마르칸드 같은 대도시를 떠나서 지방의 작은 마을에 가면 이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마을에는 상수도 시설이 거의 없다. 전기와 가스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상수도는 없다. 왜일까. 전기, 가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물인데.
이전에 했던 관개사업 때문이다. 정수장치를 거쳐서 가정으로 공급되어야할 강물들이 전부 사막으로, 목화밭으로 돌려졌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나는 우즈베키스탄을 도보로 여행하면서 씻지 못해서 큰 고생을 했다. 상수도 시설이 없으니 샤워는 엄두도 못내고 머리도 감지 못한다. 열흘 동안 샤워를 못하고 일주일 동안 머리를 못감으면서 당시 나는 펑펑 나오는 깨끗한 수돗물을 가장 그리워 했었다.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된 자연과 더러워진 강물을 바라보면서 훗날 우리도 깨끗한 물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4대강이 지금과 같은 폭과 깊이, 수량을 가지고 흐르는 데에는 그럴만한 자연의 섭리가 있기 때문이다. 강물을 정복하겠다는 오만함이건 결과를 예상 못하는 무지함이건, 그 섭리를 거스른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자연파괴가 일어난다. 부수는 것은 쉬워도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 아랄해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지난 4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우즈베키스탄의 아랄해를 방문해서 둘러보고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몇 년후에 다른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나라에 와서 4대강을 둘러보고 같은 말을 할지 모른다. 아랄해의 비극은 40년 전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난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4대강도 또다른 '묘지'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