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대표위원과 오은미 후보순창 장날 강기갑대표님이 순창에 내려오셔서 지원연설을 하시며 우량 종자 확보를 위해 지지해달라고 부탁하셨다.
황호숙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전화하고 자원봉사로 일하고 농사 짓다 소 젖 짜다 호미로 밭매다 시간날 때마다 달려가서 온몸으로 그녀가 21일간 단식하며 이루고자 했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다녔다.
초대 농민회장님들로부터 모든 여성농민회 임원들이 율동으로 박수로 지지하였다. 눈물겨웠던 유세장에서 큰소리로 남을 헐뜯기보다 '친정엄마' '풍경' '심장에 남는 사람' 등의 노래 한소절로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었다.
왜 우리 지역에는 유세 하러 오지 않느냐고 항의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애절한 노래들도 듣고 오은미 후보 손잡고 밥 굶지 말라고 토닥여 주시려고 그러셨단다. 지난달 돌아가신 박문규씨가 오은미 후보에게 개인적으로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어내릴 때는 서로 먼 산만 쳐다보며 울어버렸고 사회를 보던 사회자도 울어버렸다.
마지막 유세날 오은미 도의원 후보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슈퍼집 아줌마가 이 노래를 듣다가 밤 늦은 시간임에도 한 번만 더 들려 달라고 간청을 했단다. 딱 세 명 앞에서 이 노래 를 불렀더니 문 걸어 잠그고 '펑펑' 울어버리시더란다.
비가 내리던 순창의 복흥 장날, 쌍치 장날엔 고되게 일하고 난 뒤 유세를 듣고 있던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더니 억세고 까만 팔뚝으로 눈가를 훔쳤다고 하는가 하면, 눈가 빨개진 채 국밥을 먹는 사람들도 꽤 됐다고 한다. 어디 그네들뿐이랴. 딸을 시집보낸 엄마들도 머언 이국땅으로 시집와서 마음 고생했을 이주 여성들도 그리고 서울에서, 해남에서 부산에서 시집와서 살아본 사람은 모두 눈시울을 적셨으리라.
내 친구 오은미,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밤늦게 유세 응원을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왜 드라마만 보고도 눈물 흘리는 당신이 어쩐 일로 안 우냐고 남편이 핀잔을 주길래 피식 웃어버렸다. 도의원 당선자 오은미는 나의 친구다. 같은 구림으로 시집 와서 바로 옆 동네 살며 아이들 낳아 키우고 크고 작은 여성농민회 활동도 같이 하고 독사회라는 뱀띠 모임도 같이 하고 막둥이 딸도 같은 초등학교 6학년이어서 스스럼없이 만나지는 친구이다.
나는 서울에서 은미는 전주에서 시집와서 살다보니 친정엄마라는 노래가 심장에 콕콕 와닿았지만, 선거운동을 거의 못해주고 눈물을 흘리자니 염치가 없었다. 바쁜 선거기간 동안 은미네 아들 딸내미만 집으로 데려와 챙겨줬던 못난 친구라 미안하고, 힘든 일정들 소화해내며 씩씩하게 연설하는 친구가 안쓰러워 복흥 장날 눈시울만 붉혔더니, 연설하면서 보았는지 너 왜 울려고 그래라며 울지 말란다.
순창 주공 아파트 앞에서의 작은 음악회 때, '친정엄마' 노래를 부르기 전에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우리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나중에 커서 엄마 저 농촌으로 시집갈래요 하면 아이구 그려 잘 생각했다라며 얼싸안고 춤출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