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김수로>. 사진은 주인공 김수로 역을 맡은 배우 지성.
MBC
동아시아 북방의 대초원을 무대로 한 제천금인족(祭天金人族)과 중국 후한(後漢, 후기 한나라, 25~220년)의 한판 대결. 이 전쟁에서 제천금인족이 패배하는 것에서 드라마 <김수로>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쫓기는 신세가 된 제천금인족 족장의 부인 정견비(배종옥 분). 그의 몸속에는 새 생명이 잉태되고 있다. 자신의 아들이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확신 속에, 정견비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구려로 가는 배편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그 배는 고구려가 아닌 한반도 동남부의 구야국으로 향하는 노예선. 추격자가 정견비를 향해 칼끝을 들이대는 순간, 굉음과 함께 배는 풍랑을 맞아 좌초하고 만다. 배가 표류한 곳은 노예선 주인이 원래 의도했던 구야국.
훗날 가야 건국의 현장이 될 구야국에 우연히 표류한 정견비. 그 뱃속에 있는 아이가 초대 가야국왕이 될 김수로(지성 분)라는 게 드라마 <김수로>의 스토리다. 쇳소리 요란한 구야국에서 김수로와 토착집단이 펼칠 운명적 대결이 이 드라마의 볼거리다.
이상의 내용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픽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속에는 가야 건국의 미스터리와 관련된 열쇠 하나가 담겨 있다. 그것은 가야의 초대 국왕인 김수로가 한반도 원주민이 아닌 북방민족의 후예라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김수로가 제천금인족 즉 흉노족 일파의 후예라고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설정은 김수로가 북방민족 출신이라는 최근의 가야사 연구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1970년대에 재야사학자 문정창이 <가야사>라는 책을 통해 '김수로는 흉노족 출신'이란 주장을 전개한 이래, 오늘날에는 가야사의 권위자인 신경철을 비롯한 제도권 사학자들 사이에서도 '가야 건국세력은 북방 유목민족 출신'이란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김수로가 정말로 흉노족 혹은 북방민족 출신인가 하는 문제는 드라마 <김수로>의 스토리 전개에 따라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다루어 나가기로 하고, 이번 기사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사실관계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김(金)이라는 성을 사용한 집단이 누구였는가 하는 점이다.
흔히들 김씨는 한국 고유의 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객관적 사실과 명확히 배치된다. 왜냐하면, 한반도에 김씨가 출현하기 전부터 한반도 밖에서 이미 김씨 집단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야사에 관한 현존 최고(最古)의 사료인 <가락국기>에 따르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가 한반도 동남부에 출현한 시점은 서기 42년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는 서기 42년이 김씨의 최초 출현 연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