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누군지 골목의 평범한 벽을 멋스럽게도 꾸며 놓았다.
김종성
계동의 명물 중앙 목욕탕
옥상까지 있는 동네에서는 높은 건물이자 연륜이 느껴지는 목욕탕 건물이 나타난다. 이발소가 들어 있는 계동 중앙탕은 40여 년 된(1968년에 개업) 우리나라 최초의 목욕탕이라 해서 TV에도 종종 나오는 곳이다. 목욕탕의 오래된 외양은 한 눈에 봐도 동네의 역사가 엿보인다. 어느 일요일 아침이면 식구들과 몸을 빨갛게 불리고 때를 밀러 가곤 했던 목욕탕의 추억이 새롭다. 가히 계동의 명물이자 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하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허름한 목욕탕이 떡하니 존재하다니 신기하기도 해서 입구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그 비결을 여쭤보았다. 20대에 시집와 목욕탕을 시작했다는 인상이 좋으신 내 어머니뻘의 여주인은 수지타산 따지며 목욕탕을 운영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고 하신다. 목욕하러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목욕비는 좀 올려도 되니 이 탕은 없애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니 단골들 등쌀(?)에 그럴 만도 하시겠다.
주민들의 정과 주인 할머니의 인심이 느껴지는 중앙탕도 시대에 발맞추어 몸에 좋다는 육각수를 쓴다고 써있다. 몸이 으스스할 때 한 번 찾아와서 탕속에도 들어가보고, 묵은 때도 한 번 밀어볼겸 나도 '목간' 좀 하러 가야겠다.
동네에 공방과 미술가들의 작업실이 많아서 그런지 평범한 골목과 벽들이 멋스럽고 운치있게 꾸며져 있어 구경하면서 걷는 맛이 쏠쏠하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골목길을 그냥 걷다보면 계동길만의 멋과 즐거움이 느껴진다. 100원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작은 장난감들이 나오는 기계 앞에서 동네 아이들이 딱지 치기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새들처럼 지저귄다.
이미 유명해진 이웃 동네들에 가면 주민들은 별로 안보이고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외지인이나 여행자들이지만 계동길에는 동네 주민들이 더 많다. 그들끼리 주고 받는 일상의 대화와 친근한 시선이 부럽다. 그래서인지 정겨운 한옥들과 골목길등의 사진을 찍기도, 귀여운 동네 꼬마 녀석들에게 장난삼아 말붙이기도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