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만은 제발 그만..."국회 앞 텐트 농성 1,000일을 맞는 지난 2일, 최근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시간강사 추모의 글과 사진들이 텐트 밖에 놓여 있다.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두 부부는 늘 서로 의지하며 격려하고 뜻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다는 맹세를 했다고 한다. 결혼 할 때 "일생을 동지로 살아가겠다"고 맹세한 두 사람은 이제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불평하지 않고 노상에서 숙식하며 투쟁하고 있다. 신명나는 대학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더 이상 대학사회에서 노예와 유령의 그림자로 취급받는 시간강사 제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그런 사회를 만든다는 게 그들의 꿈이다.
그러나 상황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두 부부는 투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녹록하지 않은 국회 앞 텐트를 계속 지키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그동안 험난한 과정이 말해준다. 김 본부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서 남은 여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잘 시사해 준다.
"처음에는 천막을 쳤는데 천막은 주거지로 여겨 경찰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었어요. 텐트는 주택이 아니어서 철거하지 못해요. 텐트가 자리 잡고 있는 땅은 국민은행 소유여서 사유지에는 경찰 마음대로 철거를 못하기도 하고요. 한동안 국민은행에서 텐트를 걷어내겠다고 위협해서, 제가 강사노조 노조원들에게 말해서 국민은행에 있는 돈을 다 인출하라고 할 것이라고 맞섰지요. 최근에는 '텐트가 있는 자리에 꼭 공사를 해야겠다'며 주말을 노리고 있어요. 주말에는 집에 가서 씻기도 하고 텐트에서 있는 동안 먹을 밑반찬도 만들었는데... 이제는 주말에도 집에 갈 수가 없어요."어떤 시련이 다가올지라도 절대 몰러서지 않겠다는 당찬 각오가 묻어 있다. 국회 앞 텐트 투쟁 1000일을 맞아 2일 김동애 본부장과 실시한 인터뷰에서도 잘 읽힌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강사님들 죽지는 마십시오, 희망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국회 앞 천막농성이 오늘(2일)로 1000일을 맞게 됐다. 그간 소회를 듣고 싶다."이제 생활이 되어 특별한 감회가 없다." - 그동안 어려웠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우리나라 교육에 초중등 교육과 평생교육은 있으나 대학교육은 빠져 있다. 대학교육은 20년 걸친 교육의 출구이며 생애교육의 시작인데, 대학입시를 모든 것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아는 사람들에게 유학은 선택이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 대학은 희망이 있는 곳이다."
- 국회에서 지난해 김진표 의원 등이 나서서 교원지위에 관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고 이를 극복하고 대학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강사, 학생, 학부모의 희망을 담아 법안을 의결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오늘 지방선거에서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을 뽑는다. 앞으로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대교협 회장(대학교육위원회 또는 고등교육위원회 위원장)을 국민투표로 뽑을 수 있도록 입법해 주기 바란다. 지금까지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집사에 불과한 총장들이 모여 호선으로 회장을 뽑고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대학을 무너뜨렸다."
- 앞으로도 계속 투쟁을 할 생각인지, 한다면 언제까지 할 계획인지 말해 달라."2009년 6월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법 개정 투쟁을 포기하고 농성장을 떠난 뒤 단지 몇 명의 강사, 학생, 시민이 모여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를 결성할 때, '법을 개정할 때까지 텐트를 접지 않는' 단 한 가지만 정했다."
- 투쟁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대학생들이 학습권에 눈을 뜨는 것이 좋았다. 지난 5월 1일 메이데이 때 학생 100여명이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를 국회에 촉구하러 깃발을 들고 농성장으로 다가올 때가 기억에 남는다."
- 최근 시간강사의 자살로 전국의 많은 강사들이 충격에 빠져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가?"고 한경선 박사님도 국회 앞 농성을 알았다. 그 뒤 농성을 계속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강사 선생님들에게 희망을 주었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고 서 강사님은 김동애 교수의 이름을 거명하며 ''교수와 제자 = 종속관계 = 교수 = 개'의 관계를 세상에 알려 주십시오'라고 하셨다. 당신에게 희망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강사 선생님들 함께 싸우지 않아도 좋으니 죽지는 마십시오. 희망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 대학과 교육당국, 국회에 주문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 그래서 최근엔 성명도 냈다. 그들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4대 보험과 강의료 인상을 자꾸 되뇌는데 대학교육 정상화 방안이 아니다. 대학, 교과부, 국회가 협의해 강사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해 주기 바란다. 더 이상 강사를 죽게 하지 마라. 더 이상 학생을 바보로 키우지 마라."
- 늘 함께 하고 있는 남편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평소 아껴온 말이 많았을 텐데, 1000일이 된 이 시점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어느 학생이 우리 두 사람이 여생을 농성장에서 보낸다는 글을 썼다. 올바른 지적이다. 농성을 계속할 수 있도록 건강하기 바랄 뿐이다. 가족들이 이해하고 도와주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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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넘은 부부는 왜 국회 앞에 텐트를 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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