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스님 빈소군위 삼성병원에 마련된 문수스님의 빈소
하주성
문수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 소식을 접한 것은 5월 31일 오후 4시께였다.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밤 10시 쯤 전주를 출발해 군위 삼성병원에 도착한 것은 6월 1일 새벽 한 시께. 스님 몇 분과 신도 몇 사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스님을 처음 뵌 것은 아마 한 15년 전인가 보다. 항상 말씀이 없으시고 과묵하신 스님은, 언제나 뵐 때마다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는 하셨다. 그렇게 강직하던 분이셨는데, 이렇게 빈청에 마련된 영정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금이라도 '세상은 그저 강직하게 살아야만 해요. 세상에 나왔으면 할 일은 하고 가야지'라고 말씀을 하실 것만 같다.
문수 스님, 지난해부터 많은 고민 해와"스님께서는 지난해부터 말이 없어지셨어요. 원래 과묵하신 분이신데 전혀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깊은 생각만 하고 계셨습니다. 3년 전부터는 공양도 하루에 한 끼 밖에는 들지 않으시고요. 배불리 먹는다는 것이 죄스럽다고 하시면서. 어제까지도 저와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소신공양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문수 스님과 지보사에서 함께 생활을 해 오셨다는 스님의 이야기다. 부여에서 먼 길을 달려오신 한 도반스님은,
"문수 스님은 말씀이 없으신 분이죠. 그래도 가끔은 농담조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스님이 되어서 법랍 30년이면 살기가 편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날이 갈수록 어렵다고 하셨죠.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치던 것이 이제는 발걸음 하나도 마음대로 뗄 수가 없다고요. 발 밑에 개미라도 한 마리 있으면 어쩌느냐는 것이죠. 그리고 지난해 부터는 4대강 개발을 두고 많이 고민을 하셨습니다. 스님이 되어서 세상 사람들처럼 싸울 수도 없고, 차라리 한 몸을 불살라 소신공양이라도 하고 싶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