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산 주변에는 거대한 산업단지의 높은 굴뚝들이 솟아있어 또 다른 풍광을 만들어 낸다.
김종성
낮지만 다채로운 풍경을 지닌 산 산의 들머리에 작은 포구와 함께 포장마차촌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생경하고도 이채롭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산은 안 오르고 그물이 쌓여있는 포구 앞에서 물고기를 싣고 들어오는 작은 어선들을 구경하거나 바닷가에 모여 앉아있다. '이 산은 평범한 산이 아니구나' 산을 오르기도 전에 그런 느낌이 든다.
해발 130m. 산이라 부르기엔 좀 민망하게 낮은 높이지만 멀리서도 눈에 띄게 보일 만큼 산의 풍채가 당당하고 뚜렷하다. 바다 옆에서 등대처럼 우뚝 솟아난 산이라 그런 것 같다. 이 산을 기준으로 한쪽은 풍요로운 가로림만 갯벌이고, 다른 쪽은 수많은 굴뚝이 서 있는 공업단지다.
흙 속에 묻혀 반쯤나온 나무계단길을 따라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오른다. 주말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호젓한 숲길을 혼자 걷기도 한다. 새들도 황금을 좇아 왔는지 온갖 종류의 새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새들의 합창에 맞춰 울창한 수목으로 그늘진 오솔길을 여유롭게 걷는 것만으로도 산행이 즐겁다. 산속에 야생 고라니들이 산다더니 그럴 만하겠다.
황금산은 3개의 작은 봉우리가 능선으로 이어져 남북으로 긴 산자락이다. 1시간도 안 되어 봉우리의 정상에 오르니 돌탑과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 황금산사가 맞아준다. 인근 주민들이나 어부들이 풍년이나 풍어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 사실 이 정도는 잠시 쉬어가는 풍경일 뿐이다. 이 산의 진수는 정상의 봉우리들이 아니라 바닷가의 절경들이다. 그래서 황금산을 바다를 보러 오는 산이라고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