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후원과 관련해 '해임' 통보를 받은 의정부 송현고 이충익 교사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다. 뒤로 이 교사의 심정을 담은 현수막이 보인다.
임정훈
28일 오전 11시 30분.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송현고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하나 둘씩 특별실로 모였다. 이 학교 이충익 교사가 정당 후원과 관련해 '해임' 통보를 받은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모두 검은색 상복을 차려입은 것이다.
마침 이날은 21번째 맞는 전교조 창립 기념일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 모인 교사들은 5일째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과 함께 이날 점심을 모두 굶기로 했다. 테이블에는 기원을 담은 정화수 같은 맑은 물 한 잔씩만 놓였다. 교무실 이충익 교사의 자리에 놓여있던, 아침에 제자가 두고 갔다는 음료수 한 병이 떠올랐다. "점심시간에 힘내세요. -기운-"이라고 쓴 작은 쪽지가 붙은.
전교조를 둘러싼 시국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관람한 후 이충익 교사가 동료들 앞에 섰다. 동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턱을 괴고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 이 교사는 '감사하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그동안 표현 안 했지만 고통스러웠다. 해임 통보를 받고 선생님들과 아이들,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러저러해서 학교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보낸 편지를 읽고 너무 많이 울었다. 학부모들은 문자 메시지와 전화로 힘을 줬다. 해임의 고통보다 많은 위로가 됐다. 작은 것을 잃고 큰 것 얻은 것 같다. 처음엔 많이 슬펐지만 지금은 오히려 행복하다. 아이들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응원에 정말 감사하다.""선생님은 우리 마음 속 영원한 담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