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합의하면 아동성폭행 가해자 처벌 못해

대법 "판결 선고 전에 처벌불원 의사표시하면 공소기각 결정해야"

등록 2010.05.31 16:33수정 2010.05.31 16:33
0
원고료로 응원

만13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가해자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하는데, 공소제기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거나, 처벌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는 범인을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K(52)씨는 2008년 11월 '지낼 곳을 제공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채팅방을 개설한 A(13·여)양과 채팅을 하면서 가출해 오갈 곳이 없는 A양에게 용돈을 주고 숙식을 제공해 줄 것처럼 약속한 후 만나, 하남시에 있는 한 모텔로 데려가 강간했다.

 

결국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청소년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대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K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자청소년을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나, 피고인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K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인 아버지가 1심 판결 선고 전에 재판부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에 의해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적법하게 철회된 이상 형사소송법에 의해 공소기각해야 함에도 1심은 이를 간과한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위법을 범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 검사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나이 어린 미성년자인 경우 그 법정대리인이 피고인 등에 대해 밝힌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피해자의 의사가 포함돼 있는지는 사건의 유형 및 내용, 피해자의 나이, 합의의 실질적인 주체 및 내용, 합의 전후의 정황, 법정대리인 및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피고인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재판부에 제출된 합의서 형식이 피해자를 대리한 법정대리인인 아버지 명의로 돼 있기는 하나, 피해자 본인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인 점, 합의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다거나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피해자가 합의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에는 피해자의 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공소제기 이후 1심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처벌희망의 의사표시가 철회됐다고 봐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5.31 16:33ⓒ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반의사불벌죄 #공소기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