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사진 입문기

사진촬영은 '찍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다

등록 2010.05.27 17:41수정 2010.05.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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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까지 고려했던 아내의 종교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일환으로 저는 처에게 사진 찍기를 권했습니다. 풀 한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이유부터 내 눈 앞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풀거리며 허공을 가로지르는 모습까지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삼라만상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궁리하고 우주의 운행원리를 스스로의 사유로 접근해보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대한 관심은 종교적 명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 관심을 극대화 시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그림그리기나 사진 찍기일 수 있습니다. 마침 저는 카메라를 바꿔야할 입장이 되었습니다. 저의 여행길에 서너 번 동행한 카메라는 결국 몸살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작년 3개월간의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제 카메라는 나미비아의 밀가루 같이 미세한 나미브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치료차 일본을 다녀온 카메라를 바꿔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치료 후에도 온전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리를 해서 새로운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일본까지 보내 수리했던 카메라를 저의 아내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아내도 전용의 카메라가 생기자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 전에 사진강좌에 등록해서 최근에는 선생님과 함께 강화도로 출사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불규칙하게 전원이 스스로 꺼지기도 하는 니콘D200과의 사귐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아내는 제게 찍어온 사진들의 강평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출사기'를 작성하면 그 사진들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사진은 단순히 찍기만 한다면 사진을 찍는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남보다 발 빠르게 순간을 포착하는 행위도, 현실 보다 아름답게 풍경을 담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의 카메라의 메커니즘에 대한 숙달된 능력을 과시하는 행위는 더욱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임을 이제 사진 찍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진 촬영의 가장 중요한 인식은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보다 '왜 찍으려고 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함인가'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진은 '찍는 것'이아니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마을의 회의에 참석 후 귀가하는 시간 동안 제가 전제했던 '출사기'를 작성해두었습니다. 읽어보니 그것은 ' 출사기'와 '입문기'가 뒤섞인 글이었습니다. 아무튼 '사진찍기 = 생각하기'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저의 처음 의도가 달성되었으므로 함께 사진을 열어보고 그 사진에 대한 제 생각들을 오랜만에 아주 '군림하는 자세(?)'로 말해주었습니다.

아래의 아내의 사진 입문기와 첫 출사지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덧붙입니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어야
3개월 전에 DSLR 사진 강좌에 등록했습니다.

서방님이 새로운 카메라를 장만하고 제게 물려준 낡은 사진기로 사진으로 보는 세계가 어떤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없으신 서방님이 가르쳐 줄 수 없을 것 같아 서울의 한 사진강좌 기초반에 등록했습니다.

서방님이 저리도 매달리는 사진 찍는 그 일이 저도 궁금하고, 또한 저도 사진의 뷰파이더로 보는 세계에 접근해볼 용기를 냈습니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져도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데 좋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3개월의 강의를 들었지만 아직도 포커스를 정확히 맞추는 것조차 서툰 형편으로 여전히 초보딱지를 뗄 수도 없는 입장이긴 하지만, 오늘 고영배 선생님과 함께 강화도로 출사를 다녀왔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삼각대도 가지고 가서 석양도 찍어보고 B셔터를 사용한 밀러업도 해보고 싶은 꿈이 컸지만 봄비가 내렸습니다.

우중에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기조차 엄두가 나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미 약속된 상황을 번복할 수 없어서 그동안 함께 공부를 하면서도 사진반 식구들과 통성명도 못하신 분들이 있으므로 그 분들과도 도심을 벗어나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가치 있는 나들이라 여겼습니다.

출사지는 전등사와 동막해수욕장, 초지진, 낙조대 등 강화도를 두루 도는 일정이었습니다.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첫 출사지에 도착하자 선생님은 복장부터 점검하셨습니다.

"촬영자의 복장은 항상 등산화가 필수입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피사체가 언덕일 수도 있고 산의 위태로운 바위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복장은 점펴 혹은 방수가 되는 등산복이 좋습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상황뿐만 아니라 야간촬영에도 대비를 해야지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제 복장을 보니 평상복과 구두였습니다.

"샘!, 미리 말씀해 주시지……."

전등사누각을 지나며 기둥을 넣고 대웅전을 프레임에 담아보기를 시도했습니다. 엉거주춤 앉아서 찍으니 하늘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습니다. 앵글을 더 낮추려면 아주 땅에 누워야했습니다. 한 컷 두 컷 서로들 셔터를 누르고 서로 이미지 창을 돌려 보면서 칭찬도하고 격려도 했습니다.

풀잎위의 물방울을 찍고 있는데 선생님이 촬영 팁을 말했습니다.

"물방울을 찍을 때는 카메라 앵글을 위에서 아래로 계속 내리면서 물방울이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는 각도에서 찍으세요."

우리들의 강행군은 계속되었습니다. 기와위의 풀 한포기 찍기, 기와와 처마 선을 이용한 원근감을 내며 찍어보기, 대웅전을 받치고 있는 나부상 찍어보기 등 우리는 선생님의 안내와 지도로 강의실에서와는 전혀 다른 사진의 묘미에 빠져들었습니다.

동막해수욕장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동행한 식구들이 말했습니다.

"우리 일요일 마다 번개로 만나 함께 출사를 나갑시다."

아마 다른 분들도 오늘의 출사가 유익하고 흥미 있었나 봅니다.

바닷가에 선생님을 모델로 세우고 실루엣 촬영을 해보고 다시 낙조대로 이동했습니다. 봄비 탓에 목표로 한 낙조를 촬영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바다와 작은 호수, 키 큰 소나무, 안개에 싸인 먼 산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선경이었습니다.

차속에서 등 뒤로 점점 더 멀어져가는 그 풍경을 자꾸 뒤돌아보며 생각했습니다.
"만물의 아름다운 조화로 이루어진 선계仙界의 풍경을 어찌 나의 익지 않은 사진실력의 카메라로 찍을 수 있을까. 마음으로 찍어야지. ○글 |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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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지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사진촬영 #강화도 #전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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