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란 식생 없애고 다시 흙을 덮어라?

[주장] '삽질'하는 대전시의 4대강 공사... 예산 낭비 지적도

등록 2010.05.27 16:35수정 2010.05.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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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군대에서 하는 작업(일)을 가지고 비아냥 거리며, 어재 옮긴 흙을 오늘 다시 옮긴다고 말한다. 부대를 정비하는 일을 하다보면 이런일 저런일을 하게 되는데, 이중 삽질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오류들이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헛삽질이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대전의 3대하천, 그야말로 공사판이다. 이 공사판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은제 대전의 삼천교에서 수침교 구간은 저수호안 은제가 이미 진행되어 식생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똑같은 사업을 다시 하고 있다.
은제대전의 삼천교에서 수침교 구간은 저수호안 은제가 이미 진행되어 식생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똑같은 사업을 다시 하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2005년 수침교 라바보 건설과 2008년 유등천 라바보 건설을 과정에서 발생했던 강의 준설토를 옮겨놓은 곳이 불과 2~5년 만에 다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에서는 5년 전 수침교에서 준설한 준설토를 수침교와 삼천교 사이의 하천 호안의 은제로 사용했다.

콘크리트 호안을 흙으로 덮어 식생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대전시의 입장이었다. 지금 은제는 효과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베(경사도)를 맞춰 조성했지만, 몇 년간 몇번의 큰 물이 지나가면서, 지형도 다양하게 변했고, 식생도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호안을 덥어 나무와 풀이 자란 모습 3~5년이 흐른 지금 식생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호안을 덥어 나무와 풀이 자란 모습3~5년이 흐른 지금 식생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잘자란 식생을 없애고 다시 흙을 덥고 있다. 위처럼 잘 자라던 식생을 파해쳐서 다시 흙을 덥고 있다. 왜 하는 것인지?
잘자란 식생을 없애고 다시 흙을 덥고 있다.위처럼 잘 자라던 식생을 파해쳐서 다시 흙을 덥고 있다. 왜 하는 것인지?대전환경연합

하지만, 4대강 공사라는 이름으로 잘 자리잡고 있는 은제를 없애고, 다시 구베를 맞추어 똑같이 은제를 쌓고 있다. 같은 사업을 왜 돈을 들여 다시 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이중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명한 예산 낭비이다.

구베를 맞춰 다시 쌓아놓은 이 은제는 몇 년 뒤면 현재 상태와 같이 변할 것이다. 강은 자유롭게 흐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형을 변화 시킬 것이다. 2~3년 안에 지금처럼 다시 변하게 될 공사를 왜 해야 하는지 시민들을 설득력 있게 납득 시켜야 할 것이다. 오로지 토목공사를 위한 계획이라고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생물들이 자리잡아가는 있는 은제를 파해쳐서 다시 은제를 쌓는다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미 식생들이 자라고 있어서, 물고기들이 산란하고 새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대로 놔둔다면 몇 년 안에 수침교와 삼천교 사이 구간은 명실상부한 생태계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호안을 아예 없애 물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곳을 만드는 공사라면 혹시 이해 할수도 있을 듯하다. 도시 하천이다 보니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호안을 없애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하천의 생명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의미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런 공간들을 늘리는 공사라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도 있을 듯하다.

또, 2008년 대전시가 세운 유등천 복원계획과도 전혀 맞지 않는 사업이다. 3대하천 복원사업은 전체적인 하천구조와 내용들을 살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토목공사로만 사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태도다. 박성효 대전시장의 경우 4대강 정비사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대전이 4대강 정비사업의 수혜지역이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감소된 지방교부세 등을 감안한다면 이런 망언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짜 4대강 정비사업이 수혜가 되려면 3대하천 복원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전시에 지원하는 것이 수혜가 될 것이다.

2008년 발표한 대전시 계획 같은 구간에 계획된 3대하천 복원계획은 단순한 은제계획이 아닌 하중도를 만들고 여울들을 만드는 복원계획으로 되어 있다.
2008년 발표한 대전시 계획같은 구간에 계획된 3대하천 복원계획은 단순한 은제계획이 아닌 하중도를 만들고 여울들을 만드는 복원계획으로 되어 있다. 이경호

잘 계획된 3대하천 계획을 단순한 토목공사로 전락시킨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을 대전시로 책정된 것이 아닌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것이 수혜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더욱이 수혜를 받은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이렇게 예산 이중투자가 되는 것을 대전시는 지켜만 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지방 국토관리청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자신의 권한이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미 2004년부터 장기간 계획을 검토하여 3대하천 복원사업계획을 완성했고, 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이렇게 진행되는 사업에 4대강 정비사업이 들어오면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서 토목사업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일체 언급없이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지방정부라면 이처럼 3대하천에 이중으로 국고가 낭비되는 사업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전시는 이제라도 각성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3대하천 정비사업에 위반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을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3대하천 정비사업은 이중국고낭비와 80년대 토목공사를 반복하는 오류에서 벋어날 수 없다.

또한, MB 정부는 국민의 무지 때문에 4대강 정비사업의 반대가 많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작은 공사부터 큰공사까지 졸속과 불법으로 자행하는 자신의 행태를 반성하고, 이제라도 4대강 정비사업을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헛삽질 #4대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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