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항
송유미
먼동이 트기 바쁘게 어선들은 다투어 출항하고, 어젯밤 떠난 배들이 귀항해서 미역 하역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송정 포구의 등대는 해운대 관광특구답게 등대도 무슨 예쁜 그림 엽속에 나오는 것처럼 예쁘게 생겼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양쪽으로 나누어 마주 보며 불빛을 비추고 있는데, 그 방파제 사이로 해가 뜨고 출항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통통통 엔진소리를 내고 돌아오는 배와 출항 하는 배들이 아슬하게 지나면서, 배 한척이 포구에 도착했다.
어부들이 우르르 달려가 산더미 같이 실은 미역을 하역했다. 나는 기장 미역보다 송정미역이 더 좋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어, 배에서 내린 아저씨에게 미역 좀 살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한마디에 잘라서, 팔 수 없다고 했다. 왜 팔 수 없느냐고 물으니, 아저씨는 미역이 산더미 같이 많은데 미역 팔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컨데 소매로 팔 수 없다는 뜻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미역 사는 것은 포기 하고 궁금한 게 있어 바쁜 어부 아저씨에게 또 질문했다. "아저씨 저 들고 나는 배들의 불빛들이 왜 다르죠?" 그것은 어떤 배는 홍등을 컸고, 어떤 배는 녹등을 밝히고 있어서였다. 내 말에 아저씨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출항하는 녹등을 단 배는 흰 등대를 보며 나가고, 들어오는 홍등을 건 배는 빨간 등대를 보며 들어오기 때문에 배가 부딪히지 않심더..."라고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나는 아저씨의 설명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지켜야 할 질서와 규칙... 그것은 넓은 대해의 바다라고 해서, 결코 다르지가 않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