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구 세 번째 시집 이 시집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사십구재까지 있었던 추모정국 풍경과 우리 국민들이 슬픈 마음을 이겨내고 새롭게 ‘부활’하는 모습을 추모 장시를 통해 올곧게 그려내고 있다.
이종찬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나는 해질녘이 되면 우리 집 인근의 산에 가서 그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그의 천도를 위하여 49일 동안 시를 썼다. 만해 한용운 대선사가 시집 <님의 침묵>에서 노래한 것처럼 나 또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다. 그러면서 나는 슬픔의 평등성과 위대성을 이해하였고, 노무현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달았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2010. 5. 23)를 맞아 '원불교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이원구(전,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장)가 노 전 대통령 영전에 바치는 추모 헌정시집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화남)를 펴냈다. 이 시집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사십구재까지 있었던 추모정국 풍경과 우리 국민들이 슬픈 마음을 이겨내고 새롭게 '부활'하는 모습을 추모 장시를 통해 올곧게 그려내고 있다.
제1부 '부활하는 노랑 부엉이들'에 실려 노란 풍선을 입에 물고 부엉이 바위 위로 퍼드덕 날아오르는 부엉이처럼 어른거리는 추모 장시 7편, 제2부 '시민이 대통령입니다'에서 2MB를 향해 목청 터져라 외치고 있는 추모 장시 9편, 제3부 '가시는 길'에서 서럽게 내리는 저 초여름 비처럼 꺼이꺼이 울고 있는 추모 장시 1편 등 모두 17편이 그것.
시인 이원구는 22일(토)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이맘때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고, 서글펐다"고 말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철학을 실천에 옮긴 위대한 정치가였고, 자연인으로서도 떳떳한 인간성을 자부하면서 사신 분"이라고 되짚는다.
그는 "그분의 자결은 자신에겐 더없이 엄격했던 한 순수하고 양심적인 국가 지도자가 추한 권력의 음모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에 처한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원하고 마침내 자신의 철학을 국민과 더불어 완성하려는 정신적 고뇌와 결단 끝에 내린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이라며 "그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에게 오늘을 사는 내 자신을 통절하게 돌아보게 하는, 갱생의 참뜻을 안겨주었다"고 못 박았다.
우리 국민들과 시인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표푸르른 소나무 숲은 재선충이외국산 재선충 벌레들이 침략하고잎사귀 시원한 참나무들이 버짐처럼 또 잎마른 병이 들어가는 그 오월녘에 부엉이바위 위에서 그는 봉홧불이 피어오르던 사자바위를 보면서 홀로 쪼그리고 앉아새벽 담배 한 대를 다 피웠을까? -16쪽, '대통령의 새벽담배' 몇 토막이 시집은 모두 3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장편 조시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에 앞서 부엉이 바위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대한문 앞, 덕수궁 돌담길 주변, 청계천 광장, 서울광장 등 여러 곳에서 벌어진 추모제 모습을 동갑내기 눈으로 바라보며 물음표를 툭툭 던지고 있다.
시인이 제1부 '부활하는 노랑 부엉이들'에서 노 전 대통령과 경호원, '2MB' 정부와 검찰, 경찰에 던지는 이 물음표는 단순한 물음표가 아니라 되돌림 물음표다. 왜냐하면 그 물음표는 곧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던 우리 국민들과 시인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표이자 사람 사는 세상에게 던지는 새로운 물음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덕수궁에서 열린 추모제에 갔다가 승객 서너 명 태운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영어가 서투른 / 여자 아이 하나를 위하여 선생 한 분을 모시더라는 / 미극을 부러워하였다"며 속내를 은근슬쩍 털어놓는다. 시인은 이어 "우리나라도 자정이 가까워도 승객 둘을 위하여 노무현 막차가 / 서는 것을 확인"(덕수궁 돌담길과 추모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해 수백만 시민들 눈물방울 속에 못생겨 더 정다운 얼굴이 보름달처럼 뜨는 것을 오래 바라본다.
"내 새끼를 버리고 유복자를 키우라고?"그날은 시민이 대통령이라면서 우리들 대신 죽었습니다개혁은 이별보다 더 괴롭고 우리들의 사랑보다 더 골치 아프고, 여선생 출신 시어머니보다 더 매섭고, 뼈대 있다는 당신들보다 더 까다롭고, 아나키스트보다 더 불가사의하고, 3차방정식 난해한 우리 자본주의보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돈이 많이 든답니다 -63쪽, '시민이 대통령입니다' 몇 토막 2부 '시민이 대통령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살아 있는 우리 국민들과 지금도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사건 등을 적당히 얼버무리려 하고 있는 2MB정권에게 어떤 뜻으로 다가오는지를 날카롭게 다루고 있다. 시인은 특히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 출세주의, 기회주의자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뻐꾸기에 빗대며 거칠게 비판한다.
뻐꾸기는 다른 새가 애써 지어놓은 둥지에 알을 낳아 그 어미 새 도움을 받아 새끼로 깨어나 자란다. 하지만 뻐꾸기 새끼는 은혜도 모르고 그 어미 새가 낳은 알들을 모두 밀어내고 제 홀로 먹이를 독차지하며 자라는 배은망덕한 새이다. 시인은 지금 "우리 국민들은 그런 뻐꾸기 같은 사람들을 애써 부화시켜 길러주고 있다"며 멍청한 머리에 알밤을 쿡 먹인다.
오뉴월 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는 한가로운 소리가 아니라 잔인한, 우리 국민들 피를 빨아먹는 소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시인은 뻐꾸기에 대해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내 새끼를 / 하나 버리고 // 그 유복자를 키우라는 건지... 당신들은 참 무서운 사람이군요"(뻐꾸기의 새끼를 키우는 비애)라며.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새로운 길이 저만치 보인다가난한 사람들이 밝힌 촛불로 되살아났습니다 당신은 지금 살아있습니다! 자유를 위하여 싸웠으므로 당신은 숭고하였으며 평등을 위하여 스스로 내려왔으므로 당신은 아름다웠으며정의를 위하여 몸을 던졌으므로 당신은 참된 사람이었지만 -83쪽, '가시는 길' 몇 토막 제3부 '가시는 길-노무현 대통령의 천도를 위하여'에는 제목 그대로 떠나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명복을 비는 추모 장시가 지난해 고인이 떠나던 그날 한반도 남녘 곳곳에서 휘날린 수많은 만장이나 혹은 서울광장, 청계천 등지 곳곳에 빼곡하게 매달려 나부끼고 있었던 그 노오란 리본처럼 안쓰럽게 매달려 있다.
시인은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마냥 슬퍼하거나 안쓰러워하고 있지만은 않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곧 "이제 새 옷을 갈아입은 당신은 / 달밤에 노란 달맞이꽃으로 다시 피어나셔서 / 그 달빛 눈으로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길을 타신 당신은 / 밝은 별로 늘 살아계시니 // 우리들이 / 새로운 숨을 쉬게 하시고 // 어두운 눈을/ 뜨게 하시"기 때문이다.
시인은 제3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보냈지만 그 마음은 보내지 못한다. 왜? 노 전 대통령 몸은 비록 갔지만 그 사상과 정치 철학은 영원히 남아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 가슴 깊숙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새로운 길을 활짝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엉이가 우나?... 더 많이 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