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를 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100m까지 치솟은 33층 높이의 고층 빌딩만한 물기둥에 비하면 한 사병의 얼굴에 튄 물방울은 너무 '약소'하고, 연어급이라는 '듣보잡'의 130t급 소형 잠수정이 무게 1.7t의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발표 닷새 전에 '천운'으로 건져 올린 '결정적 물증'은 너무나 선명하고 친절하지만, 그래도 믿기로 하자. 그리고 사실이라면 북한은 사죄해야 마땅하다.
사실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은 누구나 예상했던 바이다. 정부당국이 북한이라는 용의자의 피의사실을 한 달 넘게 공표해 이미 국민의 머릿속에는 '북한=범인'으로 기억된 지금,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에는 원인(原因)과 결과(結果)가 있기 마련이다. 인과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또 대개의 모든 원인(原因)에는 원인(遠因)과 근인(近因)이 있다.
천안함 사건의 '근인'은 지난해 11월 한국 해군이 북한군을 퇴패시킨 '대청해전'이다. 지난 10년 동안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일어난 1, 2차 '연평해전'의 교전 양상을 보면, 대청해전에서 패한 북한은 충분히 복수의 칼을 갈아왔을 법하다. 실제로 북한 군부는 지난 1월부터 공공연하게 '보복성전'을 다짐해왔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 사건은 대청해전에서 대패한 북한의 '복수혈전'이다. 보복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군이 정보-경계-작전에 실패한 것은 군통수권자의 직무유기이자 안보무능을 드러낸 것이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遠因)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이후 기존의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남북 대결상황을 고조시키면서 발생한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정부가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퍼주기'로 폄하하고, 남북관계의 이정표가 된 6.15공동선언과 10.3선언을 서해 바다에 수장시켜 놓고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줄곧 대북강경책을 고수해 남북관계를 파탄내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런 의문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과학적-논리적 귀결만큼이나 합리적 의심이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의 '냉전 회귀'문제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다. 정보-경계-작전의 실패로 46명의 생때같은 젊은 병사들을 수장시킨 군지휘부와 안보무능을 책임져야 할 정권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내부의 심판의 화살을 '외부의 적'으로 돌리기 위해 한반도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이미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역-교류의 전면 중단과 군사적 보복응징이 공공연하게 검토된다. 전방의 확성기 방송을 다시 틀어놓은 것 같은 이런 현상은 '냉전 회귀'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를테면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 1주년 전야인 22일 밤에 공영방송은 '천안함 사건발표 앞으로의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전문가 토론회를 방영했다. 그런데 국정원 유관 국책연구기관 책임자,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연구원, 전 해군 작전사령관 등 토론자가 모두 보수우익 일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