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물갈 길을 잃어 도시를 덮친 물
허관
태풍이 지나간 하늘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푸른 하늘에 낚시구름이 흩뿌려있는 그 맑은 하늘, 케케묵은 화장실 타일의 때를 반나절 동안 세제로 박박 닦은 후 샤워기로 물을 뿌린 후 쳐다보는 그 시원함처럼 하늘이 깨끗하지요. 태풍이 지나간 바다도 그렇게 깨끗해진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에 필수요소인 물을 가져다 주지요. 아마 태풍이 찾아오지 않으면 당장의 피해가 없어서 좋을지 모르나, 물 부족 현상, 환경오염 등으로 장기적으로 몇 배의 더 큰 피해를 줄 것입니다.
또한, 태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가만히 들추어 보면 다 인간이 만든 작품입니다. 몇 년 전에 태풍 루사가 동해안을 강타하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태백산맥을 할퀴고 가서 새로운 계곡이 생기고 마을의 형체가 바뀐 곳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새로 생긴 계곡과 마을의 형체들이 사람들이 들어오기 이전의 그때의 그 모습이라 합니다. 억겁의 세월동안 물이 만들어 놓은 길을, 즉 물길을 하루아침에 인간들이 막고 잘라서, 갈길을 읽은 물이 모여 그렇게 갈기갈기 찢어 놓은 듯합니다. 물이 지나갈 자리를 막고, 바람이 지나갈 자리를 막아 버려 그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도 자연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야 하나 고심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을 업신여기면, 살아있는 지구는 인간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는 분명 살아 있고, 인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도 태풍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한반도는 우리 한민족의 땅이면서 동시에 자연의 일부분이므로 태풍의 땅이기도 합니다. 그 길을 막으면 안 됩니다. 혹시 산을 절개하여 축대로 막아 놓았는지, 자연히 흐르던 냇물을 도시 외곽으로 돌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주변을 잘 챙겨볼 때가 되었습니다.
태풍은 큰 피해도 주지만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과 자연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므로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인 듯합니다. 모든 면에서 나쁜 사람이 없고, 좋은 사람이 없는 듯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은 있어도, 틀린 사람은 없듯이 말입니다. 그게 바로 자연이며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도 그곳에 포함되어 그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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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했다.
현대문학 장편소설상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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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두 얼굴... 자연의 길은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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