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오연호 지음, 오마이뉴스 펴냄)
오마이뉴스
그 중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오연호 지음, 오마이뉴스 펴냄)는 '바보 노무현에서 사상가 노무현까지'를 한 권에 잘 담았다. 노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과 혼이 녹아 있는 책이다. 뭔가 다른 그의 철학과 소신 등 정치적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손을 뗄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권력은 만능이 아니다"고 줄곧 강조한다. 권력에 눈이 어두워 우정과 의리, 심지어 생명과도 같은 신의와 소신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권력지향형 인간들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가 너무도 강렬하다.
"대통령의 자리는 최고 정점이 아닙니다. 진짜 권력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시민권력입니다. 각성하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시민권력, 나는 이제부터 그 시민들 속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 직전 그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진솔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그의 소박한 꿈은 불과 2년도 채 못돼 산산조각이 나고야 말았다. "각성하는 시민이어야 한다", "시민이 각성해서 시민이 지도자가 될 정도로 돼야 한다"며 늘 시민 편에서, 시민권력을 강조하던 그가 정작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시민 편에서, 시민권력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억울하게, 너무도 억울하게 저세상 길을 재촉했다. 유서내용은 지금도 계속 기억 언저리에 남아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는 긴 시간 노 전 대통령과 생생한 대화를 나눴음에도 정작 유서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는 어려움이 커보인다. 그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케 한다. 저자는 이렇게 되뇌인다.
"전직 대통령인 그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흘러나온 혐의들을 보고 역사가 해줄 평가에서마저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일까? 아니면 역사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긴 세월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졌던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필요..." 결국, 저자는 노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터뷰 과정에서 힌트를 얻은 듯, '정치인'과 '승부사'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심정을 이렇게 읽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과 보수언론에게 온몸으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제 그만. 나로 끝내라'" 과연 끝났을까? 유감스럽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유서에 담긴 고통의 무게가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그가 남긴 숙제, 즉 민주주의와 진보, 시민의 길을 생각하기 위해 잠시 책을 덮으려니 맨 뒷장에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란 제목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천사가 또 다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당신이 우리 마음속에 살아서 민주주의 위기, 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 이 3대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힘이 되어주십시오.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냅시다."김 전 대통령은 "저승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승이 있다면 거기서도 기어이 만나서 지금까지 하려다 못한 이야기를 나눕시다"며 "그동안 부디 저승에서라도 끝까지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위기에 처해 있는 이 나라와 민족을 지켜주십시오"라고 추천사를 마무리 지은 뒤 불과 한 해를 다하지 못하고 그의 곁으로 향했다.
1년 전 슬픔과 비통함이 오늘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더욱 복받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시민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1998년 7월 8일 첫 대정부 질문에서 했던 발언은 지금도 서민들의 가슴속에 절절하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언론에 피의사실 흘리며 죄인 취급하던 검찰 수사팀, 지금은?